매일신문

[기고] 이차전지는 왜 포항인가

이차전지 특화단지 최적지로서의 포항의 중요성 인식해야
강병우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강병우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강병우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미·중·EU 등 세계 주요국의 자국 이차전지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을 제정하고 혁신 생태계 조성 및 기술 강화를 위한 특화단지 지정에 나섰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핵심 산업 기반시설 구축, 공동연구개발 인프라 지원, 인허가 신속 처리 등이 지원되고 이를 통한 기업 유치 촉진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 기반 인프라 확보 가능성, 지역 주요 산업과 연계성, 전문 인력 확보 등 평가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고려할 때 포항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첫째, 포항은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 세계적 경쟁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양극재, 전구체 및 리사이클링을 통한 핵심소재 생산량이 타 지역과 비교할 때 월등하다. 현재 15만 톤(t)을 생산하는 양극재 생산량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연산 100만t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양극재 수요량 605만t의 16.5%를 차지하는 규모다. 양극재 외 이차전지 소재도 연산 120만t 이상으로 생산량이 엄청나다.

둘째, 포항은 이차전지 소재에서 가장 중요한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도시이다. 특히, 양극재 분야는 원료·전구체·양극재·리사이클링까지 소재 수직계열화로 전 주기 밸류체인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에코프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음극재와 양극재 모두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 에너지머티리얼즈 등 선도기업을 비롯해 솔루엠, 미래세라텍, 해동엔지니어링 등 중소기업들이 함께 들어서면서 소재에서 부품까지 전 주기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셋째, 포항은 이차전지 연구기관과 교육기관의 집적지로 전문 인력 배출이 용이하다. 포스텍을 비롯한 4개 대학과 마이스터고 2개교를 통해 매년 5천600명의 우수한 기술 인력이 배출되면서 현장, 공정, 연구 등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적시에 채용 가능하다. 올해부터 경북도와 함께 이차전지 인력 양성을 위해 예산 3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핵심 소재 분석과 지곡단지의 세계적 연구개발 인프라를 통해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과 고급 인력 양성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강점도 있다.

끝으로, 포항은 이차전지산업 육성을 위한 지역의 노력과 열망이 탁월하다. 올해 5회째를 맞는 '배터리 선도도시 포항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지역에서도 이차전지산업의 발전을 토론하는 세계적 수준의 장을 만들어 왔다. 또한, '포항시 이차전지산업 육성 지원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정,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 구축 등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착실히 다져 왔다. 본격적인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이차전지 혁신 거버넌스를 출범시켰으며, 이차전지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산학연관이 업무협약을 맺고 역량을 한데 모으고 있다.

포항은 50만 시민과 산·학·연·지역사회 모두가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를 바라고 있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이차전지는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미래의 먹거리이다. 포항은 높은 성장 잠재력과 준비된 산업 인프라로 혁신적인 이차전지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포항 지정은 반도체를 넘어설 유일한 산업으로 꼽히는 이차전지산업의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킬 큰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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