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리모델링 명암…"노후화된 시설 개선" vs "외형 단장에 큰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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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간 찬반 의견 팽팽
서울발 리모델링 붐…대구서도 불어…주거환경, 시세 차익 두마리토끼 한번에
겉만 번지르한 리모델링 사업 속은 늙었다

최근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조합 설립 동의를 받는 중인 수성구 한 아파트 담벼락에 조합설립 축하 현수막과 주민간 갈등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동시에 내걸렸다. 독자 제공
최근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조합 설립 동의를 받는 중인 수성구 한 아파트 담벼락에 조합설립 축하 현수막과 주민간 갈등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동시에 내걸렸다. 독자 제공

코로나19와 고금리, 주택시장 과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안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떠오르고 있지만, 주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아파트 시세 차익까지 챙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 안전성 문제와 비용적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서울 아파트 리모델링 바람…대구 수성구 확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시작된 리모델링 바람이 대구 수성구에도 확산하고 있다. 용적률과 안전성 문제를 쉽게 해소할 수 있고, 정부규제로 인해 절벽으로 떨어진 거래 시장과 상관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1994년 준공한 범어우방청솔맨션(194가구)은 지난 2021년 5월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 66.7%를 얻어 조합이 설립됐다. 대구 최초 리모델링 조합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다음달 아파트 설계도면 등 사업설명회와 총회를 거친 뒤 건축심의 신청을 할 예정이다.

대구 최대 규모인 만촌동 메트로팔레스(3천240가구)도 조합 설립을 위해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 특성상 1·2·3·5단지로 구성된 메트로팔레스는 단지별로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된다. 현재 2단지가 가장 높은동의률을 보이고 있어, 해당 단지는 다음달 4일 주민센터에서 조감도와 투시도 등을 공개하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단지 리모델링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조합설립 동의율 40%를 돌파해 주민설명회를 갖는다. 앞으로 동의율을 더욱 끌어올릴 예정"이라며 "리모델링을 통해 수평 증축과 커뮤니티시설, 주차장 확대 등이 이뤄지면 아파트 가치는 더욱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방오성타운(496가구)도 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65%의 동의율을 보이고 있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조만간 조합설립 법정동의율인 66.7%를 넘겨 오는 4월이면 조합 창립이 가능할 것"이라며 "앞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안전성평가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평가를 받은 만큼 차질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96년에 준공한 청구성조타운(445가구)과 2000년 준공한 범어청구푸른마을(378가구)에서도 리모델링사업을 위해 동의율 올리기에 한창이다.

◆아파트 대수선 통한 주거환경 대폭 개선 기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기존 아파트의 골조만 두고 수직수평 증축 및 주차장 증설, 엘리베이터 재배치 등의 장점을 갖고 있다. 나아가 기존 아파트가 누리고 있던 주변 인프라를 그대로 누릴수 있는 이점도 있다. 특히 여유 부지가 있는 단지라면 새로 건물을 증축할 수도 있어 재건축 보다 빨리 용적률에 대한 이점도 챙길 수 있다.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한 아파트는 현재 용적률 250%가 적용된다. 이곳은 3종 일반주거지역에 있으나, 현행법에 맞춰 아파트를 새롭게 짓게 되면 대지면적으로 인해 현재 보다 50% 가량 줄인 용적률 200%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즉, 아파트 세대수를 줄이거나 세대별 면적이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아파트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심의 과정을 거치면 세대 전용면적을 30%~40%까지 법적용적률을 초과할수 있고, 15%이내로 가구수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A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노후관으로인해 오폐수가 역류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아파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라며 "대수선이 시급한 상황이며 공사가 완료되면 넓고 튼튼한 아파트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B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도 "15층 이상 가구의 경우 스프링클러가 있지만, 밑으로는 없어 화재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며 "전기 배선도 점점 노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함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적극적으로 리모델링 추진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오래된 아파트의 특징이 2개 층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고, 지하주차장에서 올라올때도 계단을 항상 이용해야 하는데 나이든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다보니 상당한 불편하다"며 "이같은 문제를 최소의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리모델링"이라고 강조했다.

◆"헌신에 화장만하면 뭐하나"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 자체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반대 입장을 내비치는 주민들도 적잖다. 당장 리모델링을 위한 '돈'을 투입해야 하는데, 노후아파트의 경우 이 비용이 가장 부담스럽다. 돈들인만큼 환경은 개선되겠으나, 개인 부담 비용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되면 결국 정든 아파트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A 아파트 입주민은 "노령연금에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근근이 먹고 살고 있는데 2억 가까운 돈을 들여서 집을 고쳐야한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지금 환경 그대로 편안하게 살고 싶다. 리모델링이 꼭 필요하다면 각자 실내 인테리어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아파트 주민도 "낡고 삭은 철근이 들어간 아파트에 외형만 번들하게 만들어 놓는다고 새아파트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특히나 경기가 어려운데다, 인건비,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 돈을 내고 헌아파트를 단장한다고 나아질게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대했다.

같은 아파트 주민 D씨는 "아파트 상당수 거주자인 노인들은 3~4가지 질환을 갖고 언제 하늘나라에 갈지도 모르는 채 살아가고 있다. 저 역시 마찬가지"라며 "리모델링이 추진되더라도 젊은 시절을 바쳐 마련한 아파트를 떠나 공사하는 모습만 보다 생을 떠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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