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방시대' 경북이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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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성 경북부장
최두성 경북부장

설을 기회 삼아 만난 고향 친구는 잔뜩 싸맨 푸념 보따리를 풀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야 한두 해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거기엔 닥쳐올 앞날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그는 수험생 아들이 '서울에서 살고 싶다'며 서울 사립대 진학을 예고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학비에다 방값, 생활비 등 보내줘야 할 '향토 장학금'이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지방대 나와서는 변변한 직장을 얻기 어렵다는 말들이 머릿속을 맴도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서울 유학을 보냈다간 자신에게 곧 닥칠 '노후' 플랜 짜기 답이 보일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일찌감치 서울에 둥지를 튼 또 다른 고향 친구는 '지방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귀향엔 단서를 붙였다.

자녀의 교육과 안정된 직장. 지방에서는 쉽지 않으니 그는 자녀에게 '서울특별시민증'이라도 유산으로 물려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2023학년도 대학입학시험전형에서 수시로 지방 국립대에 합격한 자녀를 둔 지인은 "왜 인(in) 서울 하지 않았냐"는 주위의 말에 섭섭했단다. 그는 "지방에 살면서 지방대를 바라보는 지방인들의 시선이 이렇게 싸늘할 줄 몰랐다"고 푸념했다.

지방의 몰락은 시골 마을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지방이 지방을 외면하는 모습은 지방에 드리워진 소멸의 카운트다운 속도를 가속화시키는 것을 확인하는 이번 설이 됐다.

'올해 대구 고3 2만 명 아래로…대학들 갈수록 힘들어지는 신입생 모집' '인구 쇼크, 초등학생이 사라진다…대구 2027년 10만 명 붕괴' '대구경북 인구절벽 가속도…작년 순유출 1만9천 명 넘어' '대구 236만, 경북 인구 260만 명' '작년 12월 대구 실업자 수 5만 명…18개월 만에 최다'.

이달에만 매일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들이다. 암울하기 그지없다.

'소멸 경고등'이 켜진 지방 살리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인구감소지역지원특별법 등 제도적 뒷받침에다 지방소멸대응기금, 보통교부세 등을 합쳐 인구 감소 지역에는 올해만 3조3천억 원이 넘는 재정 지원을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도 시행했다.

더불어 낙후 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소득·법인세를 최장 12년 감면한다는 소식도 들렸고 주거와 복지, 일자리 등을 한곳에 모아 지역 거점을 만들어 은퇴자나 청년층 등의 지방 정착을 지원하는 주거·문화·복지를 결합한 '지역활력타운'도 조성키로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방이 '생기'로 채워질까 하는 염려는 가시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울며 떼쓰는 방식이 아닌 지방 스스로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진일보한 인식 같아 기대를 갖게 한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이끄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 주도 국가 대개혁'을 선언했다. 4대 핵심·5대 실천 과제 등 이를 구체화할 각론도 제시했다.

"지방시대는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방정부가 주도해야 하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과감한 정책 혁신 경쟁을 펼쳐 지방 주도 '국가 대개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실현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지사는 지방시대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며 도청에 지방시대정책국을 신설했고, 경북의 시장·군수들에게도 '경북의 자신감으로 지방시대를 열자'고 호소했다.

요즘 경북도청에는 '전국 표준이 되거나 벤치마킹이 될 창의적인 정책'을 찾느라 밤늦도록 불을 밝히는 부서가 많다고 한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지방시대. 계묘년이 원년이 되길 기원하며, 경북이 그 출발점이길 또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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