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외국인 유학생 1+부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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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훈 경북본사장
배성훈 경북본사장

지난 연말 안동에서 열린 경상북도 유림 송년교례회.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유림들 앞에서 깜짝 발언을 했다. "한국인들은 길거리에서 백인들을 만나면 영어 탓에 쭈뼛쭈뼛하지만 동남아인들만 보면 괜히 사람들을 무시합니다.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청년들은 경북 농촌과 중소기업에 귀한 사람들입니다. 유림들이 앞장서 이분들을 소중하게 대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행사에 참석한 유림들은 큰 박수로 이 지사의 연설에 화답했다.

이 지사가 결혼이주여성 등 외국인 이주자를 중시하는 이유는 저출생, 고령화, 지방 청년 유출 등의 문제를 기존의 출산 장려 정책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인구 감소를 경험한 선진국들처럼 적극적인 이민정책 도입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인구 감소 지역'에 경북은 23개 시군 가운데 16개 시군이 해당돼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반대로 외국인과 재외동포 유입은 매년 증가 추세다. 경북의 등록 외국인과 거소 신고자는 5만9천821명으로 경북 인구 262만6천609명 대비 외국인 수 비중은 2.3%로 전국 17개 시도 중 8번째로 높다. 실제 수치에서도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경북도가 저출산과 소멸 위기 극복 등을 위한 15개 부문 지방시대 정책혁신과제를 개발해 추진하고 있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과제는 외국인 광역 비자 제도로 지역에서 필요한 인력을 지방이 주도적으로 선정하고 광역자치단체장이 비자 발급 권한까지 갖는 것이다. 외국인 광역 비자는 비자 특례를 법무부 장관이 부여하는 지역 특화형 비자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제도이다. 지역 내에 필요한 외국인 근로자 수와 취업 가능 업종 등을 지자체장이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경북도는 광역 비자를 통해 해외 인재를 유입하고 이들이 국내 인재와 함께 산업과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광역 비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선한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지방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1명이 입학하면 부모 2명에게 취업 비자를 준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획기적인 제도이다. 학부모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해 아버지가 번 돈으로 대학 등록금을 내고 어머니가 번 돈은 저축하게 한다. 이들 가족은 4년 후에는 거액을 손에 쥐고 귀국하거나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외국인 우수 인재를 유입해 지방대학의 정원 부족을 해결함과 동시에 지역 산업 활력 제고와 인구 감소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안성맞춤이다.

국회에서도 광역 비자에 대한 입법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임이자 의원이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인구 감소 지역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이철우 지사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인구 감소 지역을 관할하는 시·도지사가 외국인 산업인력과 이공계 유학생의 체류 및 거주 지역을 해당 시·도로 한정하는 광역사증을 법무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발급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외국인 우수 산업인력의 배우자·부모·자녀에 대한 사증 발급을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지역산업활력과 외국인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지역특화형 비자도입 토론회'를 열었다.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지역산업활력과 외국인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지역특화형 비자도입 토론회'를 열었다. 경북도 제공

집권 2년 차를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내건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의 성패도 인구 감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렸다. 저출산·고령화, 부족한 노동력 해결,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한 연금 문제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은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인구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사고와 시각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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