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 클럽골목 폭 2m…불법 건축물이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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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2명이면 꽉 차 통행 어려워…실외기·가스통 감싼 창고로 가득
이태원 압사 참사, 인근 해밀톤 호텔 불법 증축으로 키워
대구 중구 동성로 불법 건축물도 81곳, 임시 가벽에 판넬 창고
중구청 매년 이행강제금 부과하지만, 70% 넘는 건물주 시정조치 않아

8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중구 동성로 2030골목. 폭 2m 골목길에 LPG가스 창고 등이 있다. 배주현 기자

8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동성로 로데오 골목. 다닥다닥 붙은 상가 앞에는 외부 테라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임시 저장창고 등이 눈에 띄었다. 한 술집 건물 앞에는 패널로 만들어진 출입구가 길거리에 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모두 이태원 압사 참사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불법 건축물이다.

동성로 클럽골목 인근 폭 2m의 '2030 골목'은 사정이 더욱 열악했다. 성인 2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의 공간에 실외기와 가스통을 감싼 창고들이 가득했다. 마주 오는 행인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벽면으로 바짝 붙어야 할 정도로 통행이 어려웠다.

인근에서 장사하는 시민 A(48)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동성로 골목 전체가 흡사 '만원 버스' 같았다. 특히 좁은 골목에 음식점이 많아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되면 통행이 원활하지 않다"고 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원인 중 하나로 불법 증축물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대구 도심에서도 불법 건축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등에 많은 인구가 모이는 동성로에도 통행을 방해하는 불법 건축물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을 위반한 건물주는 이행강제금만 낸 채 보란 듯이 영업을 지속했다.

8일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구에 있는 불법 건축물은 모두 81건에 이른다. 불법 건축물 대부분은 동성로에 몰려 있고, 적발된 불법 건축물 대다수가 사람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외부를 무단으로 증축했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 바로 옆 건물인 해밀톤 호텔의 경우 본관 북측 테라스를 17.4㎡가량 무단 증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텔 측의 위반 건축으로 인해 당시 현장의 병목현상이 심화되면서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구의 젊은 층이 자주 모이는 대표적 장소인 동성로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던 셈이다.

문제는 불법 건축물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점이다. 구청은 불법 건축물 신고가 들어오면 시정명령, 독촉 등의 절차를 거친 뒤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 중구청이 올해 부과한 이행강제금 건수는 200건, 금액은 2억4천만원이다. 하지만 70%가 넘는 건물주들은 이행강제금만 낸 채 불법 건축물을 그대로 유지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불법 건축물로 인한 이익이 있으니 이행강제금을 내고서도 위반 건축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단속과 체납에 따른 압류 조치도 진행하고 있지만 적은 인력으로 모든 위반 건축물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오는 연말을 대비해 동성로 특별안전점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5일 시와 구청은 동성로 클럽 골목을 대상으로 불법건축물 합동점검에 나섰고, 무단 증축 건물 1곳을 추가로 적발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로 시민이 많이 모이는 동성로 골목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연말 인구 밀집을 대비해 다중이용 위생업소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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