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31년 만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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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경제부장
이창환 경제부장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부모와 자식도 만나고 이별한다. 백년해로(百年偕老)한 부부도 죽음 앞에서 헤어진다. 회자정리(會者定離)다. 유교는 헤어짐을 중요하게 여겼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자식은 3년 동안 봉분 앞에서 헤어짐을 한탄했다. 이후에는 제사를 통해 헤어짐을 잊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성숙하게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성숙하게 헤어지는 부부나 연인은 다시 만날 여지가 있지만 막장으로 이별하면 원수가 된다.

31년 동거를 끝내려는 인연이 있다. 1991년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아웅다웅하며 살았다. 수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파국까지 가진 않았다.

이제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31년의 인연도 소중하지만 앞으로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헤어지기 위해 물밑 대화를 하고 있다. 이별 이후의 삶은 기대만큼 행복할까?

대구경북연구원(대경연) 이야기다. 대경연은 1991년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출연해 만든 정책연구기관으로 대구경북의 사회·경제·행정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 왔다. 지역의 큰 현안에 논리를 제공하고, 깊이 있는 자료와 정보를 수집, 정리, 체계화해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이런 대경연을 대구시와 경북도는 분리해서 가칭 대구연구원과 경북연구원으로 만들려고 한다.

대경연의 1년 예산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각각 43억 원씩 출연하고, 연구 수행을 통해 얻은 수익 등을 포함해 110억~120억 원이다. 연구원은 63명이다. 경북도가 관련 전문가가 적다고 불만을 제기한 농업 관련 연구원은 3명이다. 수산과 해양 관련 연구원은 2명이다. 많지는 않지만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적다고도 할 수 없다.

대경연에서 자동차·기계·로봇 분야를 연구원 한 명이 담당하고 있고, 원전·에너지·해양 분야를 맡고 있는 연구원도 한 명에 불과하다. 농업과 해양 분야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분야의 연구원 인원도 많지 않다는 얘기다.

63명 연구원을 둘로 나누면 대구연구원과 경북연구원에 각각 30여 명이 일하게 된다. 서울연구원, 경기연구원에 크게 뒤지지 않는 지방정부의 싱크탱크라는 자부심은 무너지고 소규모 연구원으로 전락한다. 30명 규모로는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이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

분리 이후 연구원을 추가 채용하려면 예산이 더 필요하다. 지금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헤어져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대구 취수원 문제 등 어쩔 수 없이 같이 연구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지금보다 소통은 훨씬 안 되고 비용은 더 들 것이다. 분리 이후 돈은 더 들고,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다시 통합 주장이 나올 것이다.

광주전남연구원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광주전남연구원은 지난 1991년 전남발전연구원으로 개원했고, 1995년 광주전남연구원으로 통합했다. 2007년 도시 지역인 광주와 농업 지역인 전남이 서로 발전 방향이 다르다는 주장에 따라 분리됐다. 분리 8년 만인 2015년 기능이 유사하고 예산이 이중으로 든다는 지적에 따라 재통합했다.

대경연의 분리 주장도 광주전남연구원의 이별 당시 논리와 흡사하다. 시간이 흐르면 기능이 유사하고 예산이 이중으로 든다는 볼멘소리가 대구경북에서도 나올 개연성이 높다. 감정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대경연 분리에 따라 불거질 문제점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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