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출범 눈앞 국가교육위 ‘양날의 검’ 아닌가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찬성 165인, 반대 91인, 기권 5인으로 가결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7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찬성 165인, 반대 91인, 기권 5인으로 가결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송신용 서울지사장
송신용 서울지사장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육성을 강조한 뒤 몰아치는 논란은 교육 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이 다그치자 교육부는 하루아침에 '반도체부(部)'가 돼 후속 대책 마련에 땀을 쏟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온도차가 있다.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정원을 1만 명씩 늘리면 결국 증원된 숫자만큼 비수도권 인원 감축을 불러 지방 소도시 대학부터 직격탄을 맞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반도체학과 힘 실어주기는 지난달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 노동, 교육을 새 정부 중점 개혁 과제로 꼽은 점에 비춰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교육과 산업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하면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다소 다르지만 지난 3월 첫 에너지 분야 특성화 대학으로 발을 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를 답습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과 특정 지역 밀어주기 합작품인 한전공대는 1년도 안 돼 존폐론에 휩싸여 있다.

반도체학과와 한전공대뿐일까. 교육 개혁이 화두가 된 가운데 오는 7월이면 교육의 쌍두마차 체제가 열린다.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에 따른 것이다. 기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국가교육위원장(장관급)이 국가 백년대계를 이끄는 초유의 구조다. 교육과 관련한 대통령 직속 자문 역할이 심의·의결로까지 확대 재편됨에 따라 무소불위의 옥상옥(屋上屋) 탄생을 눈앞에 뒀다. 대학 입시를 포함한 교육제도와 정책을 들여다보고 설계할 뿐 아니라 의결권을 갖는데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국가교육위가 수면 위로 급부상한 건 지난 2002년이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처음 공약화하면서다. 18대 대선에선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각각 국가미래교육위와 국가교육위 설치를 내걸었다. 2017년에는 대선 후보 모두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 기구 필요성을 공언했다. 명칭만 다를 뿐 기능과 역할에서 차이점을 찾기 힘든 것으로, 표심을 겨냥한 공약(空約)에 가까운 약속이었음을 알 만한 이들은 다 안다.

그런 국가교육위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7월 관철시킨 데는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관련 법안은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교육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위가 10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면 교육부에서 구체적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청와대가 교육 100년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다. 거대 의석이 뒷받침됐고, 정권 재창출을 확신하지 않았다면 몰아붙이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국가교육위 설치를 요구해온 교육계 일각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만들듯 기습 처리했다고 비판한 건 무엇을 시사하나.

법안 통과 때 "임기 말 정권 입맛대로 교육정책 알 박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반대한 국민의힘이나 윤 대통령으로선 양날의 검이다. 당장 임기 3년의 위원 구성을 놓고 파열음이 불거지고 있고, 교육부·시도교육청과의 기능이나 역할 분담은 안갯속이다. 반도체학과 신설을 둘러싼 혼선이나 한전공대 같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면 정치성이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는 게 관건이다. 여론 수렴에 힘쓰고, 간섭 대신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대통령의 말 한마디보다 중립적인 교육 전문가에게 전권을 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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