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폐교의 재발견] 체험관·문화시설·관광자원…애물단지가 '효자'로

안전·수학·발명체험관 등 폐교가 체험형 교육시설로 탈바꿈 돼
옛 고서적 모인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변신해 지역 문화 발전 이끌기도
공익 사업 시 저렴한 임대료, 양날의 검 되기도… 지리적 약점 탓에 활용 어려운 점 많아

경북도교육청이 의성 옛 다인초등학교 달제분교장을 활용해 조성한 경북교육청 의성안전체험관은 아이들이 실제로 화재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소다. 사진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촬영. 경북교육청 제공
경북도교육청이 의성 옛 다인초등학교 달제분교장을 활용해 조성한 경북교육청 의성안전체험관은 아이들이 실제로 화재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소다. 사진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촬영. 경북교육청 제공

최근 경북지역 소도시와 농어촌에서 증가하고 있는 것은 '폐교' 밖에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저출산과 농어촌 인구 이탈로 인구가 급감, 마을마다 폐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출구가 없어 보였던 '폐교' 문제는 현재 지역 소멸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폐교가 있는 지역민들이 주체가 되거나 지자체 또는 교육기관이 빈 건물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데 팔을 걷고 나서면서 침체한 지역에 활력과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폐교의 변신'은 무죄

폐교의 가장 일반적인 버전은 캠핑장, 문화·교육시설이다. 하지만 최근 자본의 투입 규모가 100억원 이상을 넘기는 다양한 체험관이 들어서는 등 폐교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경주 옛 황남초등학교에 조성된 경북교육청 발명체험교육관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시설이 마련돼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경주 옛 황남초등학교에 조성된 경북교육청 발명체험교육관은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시설이 마련돼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의성군 다인면 옛 다인초교 달제분교장 자리에 지난해 1월 문을 연 '의성안전체험관'이 대표적이다. 경북도교육청이 예산 129억원을 투입한 의성체험관에는 지진과 화재 등 안전사고와 관련된 체험 프로그램이 5개관에 걸쳐 22개나 펼쳐져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개관해 아직 빛을 보진 못했지만, 연간 3만명이 이 시설을 이용할 것으로 경북교육청은 보고 있다.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체험관도 경주에 건립 중이다. 폐교한 안강북부초교 자리에 들어서는 이 체험관은 안전체험 시설로선 경북 최대 규모다. 의성체험관보다 60억원 이상 더 들어간 197억원이 투입됐다.

지진 등 재난안전, 생활안전, 교통안전, 생명존중, 응급처치, 4D영상관, 오리엔테이션실 등 의성체험관에 있는 시설보다 비슷하거나 1, 2개 더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바닷가, 원자력발전소 등 지역 특색과 안전시설에 맞춰 선박(물놀이), 방사능 관련 프로그램도 갖췄다.

정식 개관은 오는 10월 시험운행을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설은 매일 160명의 체험객을 받을 수 있으며 1년에 약 4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산시의 옛 성암초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상 4층 규모의 경상북도교육청 남부미래교육관도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총 사업비 199여억원을 들여 1층 수학체험센터, 2층 메이커교육센터, 3층 영재교육센터, 4층 영어교육센터로 구성돼 미래교육을 위한 융복합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청송 객주문학관을 배경으로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청송군 제공
청송 객주문학관을 배경으로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청송군 제공

◆애물단지 폐교, 수만명 찾는 문화시설로 변신

성주군 금수초교는 1999년 폐교 이듬해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 거점이자 지역 주민들의 체험 장소로써 다양한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금수문화예술마을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는 문학·연극·풍물·춤·회화 등 전 분야 문화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청송지역에서도 폐교를 활용한 '문학관' 돋보인다. 청송 객주문학관은 작가가 문학관에 거주하면서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객주문학관은 청송 출신 김주영(83) 작가의 소설 '객주'를 주제로 지난 2014년 6월 옛 진보제일고교를 개축해 개관했다.

살아있는 작가의 문학관이다 보니 말 그대로 대작가의 삶을 그대로 지켜볼 수 있는 유일한 문학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청송 야송미술관 청량대운도 전시관. 청송군 제공
청송 야송미술관 청량대운도 전시관. 청송군 제공

군립 청송야송미술관은 2005년 4월 29일 옛 신촌초교를 개축해 만들어졌다. 지역 출신 한국화가로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낸 고 야송(野松) 이원좌(1939~2019) 화백이 소장한 한국화와 도예작품 등 350점과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미술 관련 서적 등이 전시된 공간이다.

청송군 부남면에는 남관(1911~1990) 화백의 이름을 딴 마을과 미술관이 있다. 이곳은 옛 대전초교를 개축해 지난해 개관했다. 남관은 제1회 국전 추천작가이며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화훈장,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받은 한국 미술계 거장이다.

◆유통혁신 공간, 관광자원으로도 활용

안동추억박물관은 교직에서 퇴직하고 고향의 폐교(안동중 와룡분교)를 임대해 박물관을 개관한 최남도(68) 관장이 40여 년 수집한 만여 점의 생활물품들이 추억여행을 떠나게 한다.

옛 안동중 와룡분교장을 활용해 조성된 경북 안동의 추억박물관 모습. 매일신문 DB
옛 안동중 와룡분교장을 활용해 조성된 경북 안동의 추억박물관 모습. 매일신문 DB

옛 풍서초교는 '안동역사문화박물관'으로 변모했다. 향토사학자 권영호(70) 관장이 사재를 털어 문을 연 이곳에는 조선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고문서류와 전적류, 민속자료, 근·현대 자료, 초등 교육자료 등 수만 점을 주제별로 전시해 남녀노소에게 큰 인기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내외가 이곳을 찾아 극찬하기도 했다.

성주군 대가면 대성초교는 2003년 폐교 후 성주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로 탈바꿈했다. APC는 성주 대표 특산품 성주참외의 수집·선별·포장·저장·수송·공판기능을 모두 갖췄으며 전국 최초로 지역 9개 단위 농협이 성주조합공동사업법인을 만들어 독립채산제로 운용하며 물류비용 절감과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경북 산간 지역 폐교 상당수 여전히 활용방안 찾지 못해

경북지역 폐교를 활용한 사업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다.

경북지역 특성상 산간지역에 학교가 조성된 곳이 많다 보니 너무 오지라서 폐교를 활용하거나 매각하는 일이 어려운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포항지역을 보더라도 20곳의 폐교가 있지만 16곳 정도만 활용하고 있고 나머지 폐교는 매각이나 유상대여, 자체 활용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폐교 활용에 대한 지침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육용 시설 등 공적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임대료가 저렴하게 책정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을 폐교에서 진행하면 임대료가 5배 정도 비싸진다. 폐교 임대료는 공시지가 등을 반영해 도심지와 가까운 곳은 공공 목적의 경우 연간 2천만원 가량. 그 외의 용도면 1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싼 임대료와 넓은 부지를 보고 공익사업에 뛰어들었던 사업자들이 자본난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또 당초 공익적인 목적과 다르게 영리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고, 시설물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례 등으로 소송전으로 번지는 폐교 활용 부작용도 많다.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교육청 관계자들의 많은 행정력이 낭비되게 되고 이로 인한 폐교 활용이 재판이 끝날 때까지 문을 닫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244곳의 폐교 중 187곳은 자체활용과 임대 등을 통해 활용하고 있는데 남은 57곳도 임대와 자체 활용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면서도 "문제는 매각할 24곳의 폐교가 워낙 접근성이 떨어진 지역에 있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매각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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