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배복순 씨 남편 고 김영식 씨

"큰 딸 결혼식 혼주석 빈자리 볼때 마음 허전함은 말로 다할 수가 없어…"

배복순 씨와 남편 고 김영식 씨가 신혼여행 갔을 때 함께 촬영한 사진. 배복순 씨 제공.
배복순 씨와 남편 고 김영식 씨가 신혼여행 갔을 때 함께 촬영한 사진. 배복순 씨 제공.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기억속에만 있는 그 사람. 하지만 세 아이와 나를 세상에 남겨두고 머나먼 길을 간 그 사람. 이제는 기억도 가물거리네요.

나이보다 앳된 얼굴로 중매로 처음 만난 당신. 이렇다 할 연애 기간도 없이 7번째의 만남이 결혼식장이었습니다. 서로의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그냥 '착한사람'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연이라는 것은 꼭 만나게 돼 있다는 것에 웃음이 나네요.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결혼을 한 우리는 열심히 추억을 만들었네요. 6개월만에 첫 딸을 가지고 행복을 꿈꾸고. 둘째를 가진지 6개월 쯤 당신이 목디스크로 쓰러져 대학병원에 3개월 넘게 입원했을 때 무거워진 몸으로 좁은 간이침대에 몸을 의지하며 병간호를 한 것도 저에겐 행복의 순간으로 기억되네요.

그런데 너무 빨리, 너무 허무하게 거짓말처럼 가버렸네요, 당신….

그 날도 오전 6시 쯤 출근을 했다가 작업에 차질이 생겨서 돌아왔다며 오전 10시에 집에 왔었네요. 진해에 난이 자생하는지 보러가겠다며 당신은 다시 나갔어요. 그 때 둘째가 "아빠, 오토바이 태워 줘"라고 할 때, 당신은 "아빠 산에 갔다와서 태워줄게"라고 했고, 나는 "조심해서 다녀와, 가지 말고 집에서 쉬지"라고 했죠. 그게 우리가 나눈 마지막 대화이고 서로의 눈빛이었습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예감이 안 좋아 전화를 하려니 배터리가 없었어요. 오후 4시 쯤 아는 형님이 저를 찾아와서 당신이 다쳐서 큰 병원으로 옮기는 중이라고 알려왔어요. 병원에 먼저가 당신이 오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런 의식없이 몸에 상처도, 피도 안 흘렀는데 당신은 혼수상태로 누워서 병원에 왔어요.

아무리 불러도, 애들과 나를 두고 가면 안된다고 부탁하고 애원해도 들어주지 않았네요. 그날 밤 10시 넘어서 뭐가 그리 바쁜지 홀연히 우리의 곁을 떠났어요. 오전에 웃는 얼굴로 둘째와 약속도 했는데…. TV에서만 봐 왔던 일이 나에게 한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저는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앞만 보고 살았네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그리움, 빈자리는 더욱 커지네요. 큰 딸아이가 결혼을 할 때 혼주석의 빈자리를 볼때 마음의 허전함은 말로 다할 수가 없었습니다. 착한 사위를 데리고 당신을 만나러 갔을 때 착하게 자란 애들을 보면서 많이 느낍니다. 힘들어도 살아있는 나만의 행복같아서 미안하고 같이하지 못하는 당신 원망도 하면서….

아이들이 아빠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당신 기일날, 명절 때 시골가는 날은 산소로 당신을 만나러 가면 당신의 애들을 향한 사랑, 행복했던 시간들을 일깨워줍니다. 아이들이 희미하게나마 기억하는 걸 보면 마음이 쓰라립니다. 이제는 큰 애도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고, 둘째는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요.

당신과 똑 닮은 막내도 열심히 생활하고 있지요. 애들도 나도 크게 아픈 것 없이 지내온 세월. 다음에 당신을 만났을 때 칭찬받고 싶네요. 당신이 나와 함께 같이해서 고맙다고. 짧은 10년 세월이나마. 다음 생에는 오래도록 같이해요, 슬픈 일, 행복한 일들도….

좋은 사람, 40을 못 넘기고 간 사람. 착하기만 한 사람. 보고 싶습니다, 많이. 잘 지내요,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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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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