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제러미 블랙 지음·유나영 옮김/ 서해문집 펴냄
인류 시초부터 현재까지의 전쟁사 총망라
기존 전쟁사 책과 달리 서구 중심적 시각 탈피 노력
세계 폭발적 인구 성장 미래 전쟁 촉발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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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제러미 블랙 지음·유나영 옮김/ 서해문집 펴냄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제러미 블랙 지음·유나영 옮김/ 서해문집 펴냄

16세기 말 내전을 거듭하던 일본은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당시 일본은 아시아 전체를 지배하고자 하는 야욕을 품고 있었고, 조선은 대륙 진출의 교두보였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정복을 통해 새로운 영토를 획득하고, 휘하 무사들에게 과업을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통제권을 유지하려 했다. 임진왜란(1592~1598)의 신호탄이었다.

전쟁 초반에 일본군에 밀리던 조선군이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본 측 사료는 당시 조선에 대군을 파병한 명의 병력 규모가 컸던 것을 패인(敗因)으로 꼽지만, 여기에는 전술적 비교우위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1598년 조선군이 화포 전문가 진린이 이끄는 명나라 함대의 지원을 받아 큰 승리를 거둔 노량 해전에서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난다. 일본군도 전함에 포를 배치해뒀으나 여전히 적함에 기어오르는 방식의 전술을 고집했다. 이 전투에서 이순신은 전사했지만, 조선과 명나라 해군은 화포와 화기를 광범위하게 사용해 200척이 넘는 적선을 침몰시킨다.

영국 육군사관학교 석좌교수를 지낸 군역사학자 제러미 블랙이 쓴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는 전쟁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한 역사책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의 시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전쟁사를 40개의 장으로 정리했다. 제러미 블랙은 임진왜란을 비롯해 십자군전쟁, 트로이전쟁, 제1·2차 세계대전 등 인류 전쟁의 역사는 물론 미래에 발생할 전쟁까지도 다뤘다. 다만 단순히 역사적 사실들을 열거하고 이를 설명하는 식의 무미건조한 구성은 취하지 않았다.

우선 서구 중심적 시각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 기존 전쟁사 책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차별성이다. 저자는 서양 중심 역사관에서 벗어나 흔히 다루지 않거나 간략하게 지나친 지역 전쟁에 주목한다. 이에 저자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전쟁과 그것의 미래를 더 확실히 파악하려면 서양을 벗어나 훨씬 멀리까지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일례로 이슬람권 전쟁도 오스만과 유럽 세력의 전투로 보는 기존 시선에서 벗어나 오스만과 페르시아 세력 간 전쟁에 초점을 두고 해설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과 방목지를 차지하려는 자원전쟁을 주로 벌였다. 15세기 말 아프리카 사헬 지대에 세워진 '송가이 제국'의 지도자 손니 알리는 속국의 자원을 갖기 위해 재위했던 28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쟁을 벌였다. 저자는 1998~2000년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 간 국경분쟁에서 10만 명이 죽고, 1996~2003년 콩고민주공화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아프리카 대전'에서도 최소 300만 명이 학살과 질병,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지적한다.

전쟁사를 단순히 무기와 전투 기술의 역사로 환원시키지 않고, 전 지구적 역학 관계의 변화, 문명사적 관점에서 해석을 시도한다는 점도 이 책이 내세우는 미덕이다. 오히려 동맹과 배신의 역할, 국제정치의 역할, 국가의 행정과 병참 지원 역량 등 다각도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 저자는 전쟁의 흐름을 바꾼 특정한 '결정적 전투'에 집중하기보단 여러 전투를 놓고 전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주로 전투에 대한 논의만 있고, 작은 충돌이나 '소전쟁'은 그 빈도와 중요성에도 별로 논의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런 식의 충돌이 크게 중요해졌는데, 이런 맥락에서 '결정적 전투' 중심의 접근 방식은 별로 유용하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중국이나 오스만 제국이 서양에 비해 요새를 축성하거나 그 양식을 혁신하는데 소극적이었던 이유를 군사 역량이 아닌 전투 방식에서 찾는다. 오스만 제국은 야전 병력과 기동성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고정된 진지를 방어하는 요새에 덜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요새를 짓는 것은 물론 부지를 확보하고 수비대를 배치하는 등 요새에 들어가는 자원에 비해 그 효과는 미미하다는 각국의 판단도 있었다는 저자의 분석이 흥미롭다.

책의 말미, 저자는 미래에 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요인으로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유례없는 인구 증가를 꼽는다. 인구 증가는 토지, 물, 식량, 연료 등 자원의 '병목 구간'을 발생시킨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도, 폭발적인 인구 성장을 상쇄시킬 수 없었다. 2020년 78억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2050년 98억명, 2100년 109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9년 10억명인 아프리카 인구는 2050년 24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의 증가는 자원으로 인한 충돌의 가능성을 키운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물은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2015년 예멘에서는 물 부족 문제로 반란이 일어나 정부가 전복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대규모 이주 역시 심각한 문제다. 1937년 도미니카 공화국이 이웃한 아이티에서 넘어온 이주민을 대량 학살한 사건도 있었다. 이런 국지적인 문제들은 언제든 전쟁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416쪽, 1만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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