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규의 행복학교] 행복,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문학을 하는 측면에서 볼 때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때로는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사회에서 기계문명은 변화되고, 우리는 그 흐름을 따라가기 바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움이라는 문명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은 마치 구시대의 사람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고 사용법을 익히다 보면 삶은 더없이 편해지지만, 생각이라는 부분이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문제다. 하드웨어적인 발전만큼이나 우리 마음에 기초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 균형 있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신기술이 우리 정서에는 어떤 순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은 풀지 못하는 숙제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가상현실을 활용한 방송 다큐멘터리가 있어 눈여겨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들을 VR 기술을 이용하여 가상세계에서라도 재회(再會)시켜 주는 내용이다. 놀이공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VR. 헤드폰을 쓰면 가상현실이 보인다. 화면을 통해 가보지 않은 나라도 갈 수 있고, 이집트 미라 무덤의 내부도 구경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이런 기술들을 한층 더 정교하게 만들어 세상을 하직한 이와의 만남을 이루게 하여 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사람으로 태어나서 가장 슬플 때를 꼽으라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일 것이다.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거치면서 결국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順理)이건만 이별은 늘 뼈를 깎고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동반한다. 특히 준비하지 못한 이별이란, 남겨진 자들에게 평생 울어도 그치지 않을 그리움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이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삶은 안타깝게도 정지 상태에서 머무른다.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출연자들은 돌아가신 분에게 생전에 하고 싶었던 말을 다한다. "엄마 고마워, 지금까지 엄마는 여자로서 산 적이 없었잖아, 늘 우리를 위해 살기만 했었어, 꽃보다 더 아름다웠던 엄마, 다음에 태어나면 내 딸로 태어나줘, 내가 엄마할께, 그리고 엄마에게서 받은 사랑보다 더 많이 해줄게,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들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짧은 말이지만 세상 그 어떤 말보다 진실하고 담백하다. 그리고 그 눈물에는 후회와 사랑이 있었다. 슬픔은 남겨진 자의 몫이라 하더라도 떠나는 사람에게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할 기회는 있어야 했기에 이 프로그램의 마무리는 가족과 아름다운 기억을 뒤로한 채 햇살이 비치는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으로 되어있다.

이 부분에서 출연자나 시청자들은 오열하기 시작한다. 비록 가상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점차 희미해져 가는 얼굴을 보며,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마음, 그리고 온기가 느껴지는 따스함을 한 번이라도 안아볼 수 있다면 세상 모든 것과 바꿀 수도 있다며 목을 놓아 울고 또 운다.

세상 제일 미련한 사람이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사람이라고 누군가 말했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살면서 후회를 적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후회하지 않으며 살 수는 없다. 책상 위 계산기처럼 바로 두드려서 답이 나오는 공식 속에 우리의 삶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계산할 수 없는 공식에서 정답이 나오기도 하고, 간단한 방정식에도 정답이라 생각한 부분이 오답으로 인식될 때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가 다 그러하기에 이를 주제로 한 많은 책이 변치 않고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볼 때 물음이 남는다.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만 할까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대명제이다.

◆행복은 후회를 적게 하면서 사는 삶

먼저 남겨진 사람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따뜻한 위로도 좋겠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혼자만의 시간, 즉 애도(哀悼)의 기간이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이별을 한 사람에게는 마음을 정리하고 추스를 시간이 야속하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흔들거리지도 않는 이빨이 한 순간에 뽑히는 듯한 강한 충격은 남은 사람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그 때문에 애도의 시간이 없는 사람은 한동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바보처럼 하늘만 바라보기도 하다가 현실이 느껴질 즈음이 되면, 시간을 돌려달라고 신에게 애절하게 무릎을 꿇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이별의 충격에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하게 된다.

이러한 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비록 가상의 세계지만 애도의 시간을 출연자에게 선물한다. 떠나간 사람은 떠나간 대로 이유가 있고 무심코 지나가는 세월은 또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만 그 이유를 지금 알지 못하기에 너무나 힘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헤어지고도 슬프지 않다면 그것은 진정 사랑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로는 죽음이라는 간단한 명제 앞에 삶을 세워두면, 우리가 오늘 어떻게 해야 행복할지가 잘 보인다.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같은 패턴으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내일만의 행복을 위해 오늘 내 어린 자아의 애절한 소리를 무시하고 살아온 사람들도 언젠가 다가올 이별과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서는 똑같은 크기의 고민을 안을 수밖에 없다. 시간을 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결정은 우리가 할 수 있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은 이해한다. 곁에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말이다. 가장 편한 것이 숨 쉬는 일이지만, 우리는 기본적인 것의 고마움조차 잊고 산다. 아침에 눈부신 햇살과 싱그러운 아침 공기, 그리고 부모님, 가족이 곁에 있음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기에 감사하다는 말에 인색하기도 하다. 같이 살아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이고, 전화 걸 수 있고, 따뜻한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때로는 너무 늦게 깨닫기도 한다.

우리는 바쁨이란 핑계로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도 다정스러운 말보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끊어버릴 때가 있다. 그 때문에 부모님들은 자식 바쁠까 봐 전화조차 잘 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방송에 출연했던 사람들은 그 반대의 말을 한다." 내가 하고픈 말은 별로 없어요, 그냥 엄마에게서 듣고 싶어요, '잘하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 그들의 눈가를 붉게 적시는 말의 끝은 항상 조금 더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말이었다.

덧없이 지나가는 세월 속에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적게 후회할 수 있다면, 그리고 정말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의 행복은 어제보다 훨씬 더 풍요로울 것이다. 지금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그리고 따스한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보내보자. 행복,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낄 때. 사랑하는 이가 아직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어느새 따뜻해짐을 느낄 것이다.

최경규
최경규

행복학교 교장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 7월 3일 0시 기준 )

  • 대구 294
  • 경북 537
  • 전국 10,059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