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애프터 양’

'안드로이드' 기억 따라가며 인간다운 삶 성찰
백인·흑인·동양인과 안드로이드 가족…인종 갈등 해소

영화 '애프터 양'의 한 장면. ㈜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 '애프터 양'의 한 장면. ㈜영화특별시SMC 제공

'애프터 양'(감독 코고나다)은 작동을 멈춘 안드로이드의 기억을 통해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SF영화이다.

인간의 피조물인 로봇은 영화에서 인간의 본질이란 주제를 설파하는 훌륭한 오브제로 많이 쓰였다. '바이센테니얼 맨'(1999)은 가사로봇인 앤드류(로빈 윌리엄스)가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한 200년의 여정을 그렸고, 'A.I.'(2001)는 감정을 느끼는 소년 로봇 데이빗(할리 조엘 오스먼드)을 통해 사랑의 힘을 보여주었다.

'애프터 양'은 안드로이드의 기억을 쫓아가며 '인간다운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큰 주제를 끄집어 낸다.

제이크(콜린 파렐)와 키라(조디 터너 스미스) 부부는 중국 출신 딸 미카(말레아 엠마 찬드라위자야)를 입양하고 미카의 교육을 위해 안드로이드 양(저스틴 민)을 구입한다. 미카의 출신을 따라 중국인으로 설정된 양은 미카의 오빠 역할을 하면서 훌륭한 구성원이 된다.

어느 날 양은 가족 댄스대회에 출전해 격렬한 춤을 춘 후 작동을 멈추고 만다. 오빠를 잃은 듯 미카가 크게 슬퍼하자 제이크는 양을 수리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양에게 저장된 처음 보는 기억들을 보면서 양이 이미 오래전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한 것을 알게 된다. 신제품이 아니라 리퍼 제품이었던 것이다. 제이크는 양의 기억을 따라가면서 그가 만난 사람, 그가 본 풍경들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안드로이드를 통해 참 인간의 모습을 경험하게 하는 영화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이다. 필립 K. 딕의 1968년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에서 안드로이드는 수명이 4년이다. 창조주인 제조사 회장에게 수명 연장을 요구하기 위해 개척행성을 탈출해 지구에 온다. 그들을 쫓는 전문 경찰(블레이드 러너) 데커드(해리슨 포드)와의 대결이 영화의 줄거리다.

안드로이드 대장 로이(룻거 하우어)는 죽음의 순간에 데커드를 구하고, "나는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봤다"며 최후를 맞는다.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를 봤어, 그 기억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그가 보여준 죽음의 비장함, 또는 삶을 향한 절절함은 인간의 감정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영화 '애프터 양'의 한 장면. ㈜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 '애프터 양'의 한 장면. ㈜영화특별시SMC 제공

SF 영화의 이런 거창한 설정에서 벗어나 '애프터 양'은 좀 더 생활 속 행복으로 결이 부드럽다. 양이 지켜본 것은 창틈으로 쏟아 내리는 햇살이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가족의 울타리를 느낄 때, 그 소중한 순간을 기억한다.

양이 본 것은 인간의 초상이다. 생로병사의 유한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약한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갈등하며 불완전함을 뽐낸다. 양은 "마지막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아도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애벌레의 끝은 나비의 시작이다. 끝과 시작은 유(有)와 무(無)처럼 공허한 기준이다.

복제인간은 인간을 복제한 것이다. 인간이 원본이고 복제된 것은 가치 없는 모방물이다. 그러나 프랑스 철학자 보드리야르는 원본과 복제(시뮬라크르)의 비교가 무의미하며, 복제 그 자체로 이미 의미가 있다고 했다. 복제된 양이 실제 인간 보다 훨씬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프터 양'의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이다. 그는 '푸른 호수'의 감독 저스틴 전과 함께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의 공동연출자이다. 그래서 상당히 동양적인 설정과 담론을 담고 있다.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나비 이야기를 비롯해 '무(無)'에 대한 인식 등이 그렇다.

영화 '애프터 양'의 한 장면. ㈜영화특별시SMC 제공
영화 '애프터 양'의 한 장면. ㈜영화특별시SMC 제공

특히 이 영화의 캐릭터는 다인종이다. 제이크는 백인이며 엄마 키라는 흑인이고, 딸 미카는 동양인이다. 양 또한 동양인을 대표하는 안드로이드로 중국식 복장을 하고, 차를 마신다. 인간 대 안드로이드의 SF적인 주제를 현재 인류 안으로 끌어온 듯 보인다. 문화적 갈등, 인종적 갈등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제기되고, 해소하려는 의도이다.

'애프터 양'은 기존의 SF영화와 톤과 결이 다른 영화다. 따뜻한 감성을 지닌 정적인 영화다. 가족 중 하나를 잃고, 앨범을 통해 그의 생전을 더듬어보는 가족영화와 같은 SF영화이다. 소박하지만 시적이고, 낯설지만 미장센이 아름다운 저예산 독립영화이다. SF영화의 통속성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다.

흥행배우 콜린 파렐이 이런 작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반갑다. 양을 연기한 저스틴 민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이다. 6월 1일 개봉 예정. 96분. 전체 관람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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