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정권과 검찰 사이의 관례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단행한 첫 검찰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으로 통하는 검사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이른바 '친문 검사'들은 한직(閑職)으로 밀려났다.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 인사를 비롯해 앞으로 이어질 인사에서도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치검사가 출세한다는 시중의 통념이 왜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 3년(문재인 정부 당시)이 가장 심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정부는 진영 논리에 따른 인사로 검찰 주류를 대폭 교체했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검사들이 요직을 독차지했고, 정권에 밉보인 검사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 과정에서 검찰 조직을 떠난 검사들도 많았다. 요직을 꿰찬 '친문 성향' 고위 검사들은 공정을 내팽개치고, 정권 관련 수사를 철저히 뭉갰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없애 문재인 정권 실세 연루 비리 의혹을 덮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권 막판에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검수완박)해 정권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틀어막았다.

이런 점들을 본다면,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 인사와 앞으로 있을 '물갈이 인사'를 '윤 사단 부활'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오히려 문 정부가 비정상으로 만든 검찰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려는 남는다. 법치국가에서 정권에 따라 동일한 검사가 하루아침에 요직과 한직을 오가는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동일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정권에 따라 멈추거나 속도를 내는 게 온당한가. 검찰에 드리워진 정권의 사조직(私組織) 같은 인상을 그대로 두어도 괜찮은 것일까.

문제는 상당수 국민들이 이런 상황을 관례처럼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나아가 윤 정부 지지층 일부는 '친문재인 검사들'을 다 한직으로 밀어내고, '친윤석열 검사들'이 문 정부 비리를 가차 없이 수사해 주기 바란다. 반면 문 정부 지지자들은 윤 정부 검찰의 문 정부에 대한 수사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정치 보복'으로 간주할 태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이 입시에 이용한 '허위 스펙'에 대해 그 지지자들은 '남들도 다 하는데 그렇게 이 잡듯이 수사해야 했나'고 항변했다. 당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표창장은 강남에서 돈 몇십만 원 주고 다들 사는 건데 그걸 왜 수사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명백한 불법이더라도 '남들도 다 하는 일', 즉 관례라면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정권이 검찰을 정치에 이용한 경우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검찰의 노골적 정치화'를 관례로 만든 것은 문 정부일 것이다. 관례는 끊기 어렵고, 관례에 따른 행위는 여하한 경우에도 비판받지 않는다. 설령 비판받더라도, 저 조국 지지자들처럼 거세게 항변할 수 있다. 윤 정부도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일부 지지층은 관례에 따라 그래 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못이 관례로 이어지면 국가 공동체는 속으로 문드러진다.

문 정권에 대한 가차 없는 처벌을 요구하는 '함성' 속에서 윤 정부는 냉철함을 유지해야 한다. 전 정권 처벌이 '관례'에는 부합할지 모르나 검찰 정상화와는 전혀 별개 문제다. 전 정권 잘못 때려잡는 일보다 검찰 정상화가 대한민국에 더 이롭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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