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대동맥판막 협착증 진단과 치료…심장통합진료·시설·의료진 삼박자 갖춰야

허승호·윤혁준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고령화로 환자 증가세"
심장초음파로 대동맥판막 협착증 등 심장 질환 조기 진단해야
최근 타비(TAVI) 시술 건강보험 급여 확대…환자 치료 접근성 개선

허승호(사진 왼쪽)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윤혁준 교수(사진 오른쪽)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주제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제공
허승호(사진 왼쪽)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윤혁준 교수(사진 오른쪽)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주제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제공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심장에서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점차 굳어지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고령화 추세에 따라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4배 이상 급증했고, 70세 이상 고령 환자가 70% 이상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대구경북 지역 최초로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아울러 심장통합진료, 하이브리드 수술실 운영 등을 통해 대동맥판막 협착증 및 관련 질환의 진단, 치료, 예후 관리 등을 유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심장 혈관 질환 시술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허승호, 윤혁준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진단과 치료에 대해 살펴봤다.

-판막 질환, 그중에서도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허 교수=심장은 좌우 심방, 좌우 심실 총 4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좌심실이며, 좌심실은 전신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대동맥이라는 큰 혈관과 연결되어 있다.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서 수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대동맥판막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여러 원인으로 대동맥판막이 굳어지면서 잘 열리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의 혈액 흐름에 지장이 생겨 여러 증상을 호소하게 되는 질환이다.

허승호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허승호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원인은 무엇인가?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의심해야 하는가?

▶윤 교수=대동맥판막은 하루 평균 약 10만 번씩 개폐되는 만큼 일생 동안 굉장히 많은 일을 하는 기관이다. 이곳에 염증이 생기거나, 노화로 판막이 가져야 할 탄력을 잃게 되면서 점차 굳게 되는 것이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염증, 판막 자체의 기형 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노화가 원인인 퇴행성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늘어나고 있다.

치약의 입구가 굳어지면 짜기가 매우 힘든 것처럼, 대동맥판막이 협착되면 심장이 피를 원활하게 뿜어 내기가 힘들어지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숨이 찬 증상, 걸을 때 가슴이 아픈 증상, 어지럽거나 기절하는 증상이 있다. 나이가 들면 걸을 때 숨이 차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숨은 질환에 의한 증상일 수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꼭 생각해 봐야 한다.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허 교수=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잘 청취하는 것이다. 환자가 느끼는 증상을 바탕으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의심되면 청진을 통해 심잡음을 확인하며, 이후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된다.

하지만 환자가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며, 무릎 수술 등 심장 이외의 수술을 위해 검사하는 과정에서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진단돼 심장내과로 의뢰되는 환자들도 있다. 심장초음파 검사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진단되고, 협착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필요에 따라 심장 CT 촬영을 시행하고 치료 방침을 결정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치료 방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증이나 중등도 협착으로 판단되면 위험 요인들에 대한 약물치료를 하면서 임상적 경과를 관찰하는데, 이때 주기적으로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동맥판막 협착 상태가 중증으로 판단되면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판막 치환술을 시행하게 된다. 판막치환술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흉부외과에서 전통적으로 시행하는 수술적 방법인 대동맥판막 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과 내과에서 가슴을 열지 않고 카테터를 이용하는 시술적 방법인 타비(TAVI) 시술이 있다.

윤혁준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윤혁준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수술적 방법(SAVR)과 시술적 방법인 타비(TAVI) 시술의 선택 기준은?

▶윤 교수=수술적 방법은 전신 마취 후 가슴을 열고 수술을 하는 동안 심장을 잠시 멈춰야 하는 부담이 있다. 고령이거나 동반 질환이 많아 수술을 받기에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위해 개발된 방법이 시술적 방법인 '타비 시술'이다.

과거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만 주로 시술이 이루어졌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타비 시술이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과 비교할 때 효과와 안전성이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입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적 방법과 타비 시술 중 적합한 치료법을 결정한다.

현재 국내에서 타비 시술과 수술적 방법을 실시하는 비율은 약 30 대 7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나 유럽 데이터에서는 타비 시술 비율이 수술적 방법보다 더 높아 향후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가이드라인 상 심장 판막 질환의 치료법 결정에는 심장통합진료가 필수이다. 심장통합진료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허 교수=심장통합진료는 판막 질환에 관여하는 모든 진료과, 즉 심장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심장핵의학과 전문의들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의 연령, 위험 인자,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최적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개정된 미국과 유럽 순환기학회의 가이드라인에서도 심장통합진료를 필수적으로 권고한다. 국내 보험급여 기준에서도 반드시 심장통합진료를 통해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최종적인 치료 방법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장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심장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심장통합진료에 있어 계명대 동산병원의 전문성과 노하우는?

▶허 교수=계명대 동산병원 시스템의 첫 번째 장점은 심장통합진료가 타 병원에 비해 매우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매주 관련 전문의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심장판막 질환 환자 뿐만 아니라 관상동맥질환 및 심부정맥 환자까지 같이 논의하고, 최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특히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각 과의 전문적 소견을 듣고 토의한 후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데, 이런 협진 시스템을 통해 대구경북 최초로 풍선 확장형 타비시술과 소아심장이식 수술을 성공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최첨단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최초로 운영 중인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크기가 일반 수술실의 두 배이고, 다양한 심뇌혈관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필요한 혈관촬영 장비와 시술 및 수술을 위한 장비를 한 공간에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난이도의 심뇌혈관 질환 시술을 시행하는 것은 물론, 시술을 진행하다가 갑작스럽게 응급으로 수술이 필요할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수술이 가능해 타비 시술에 매우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타비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느끼는 효과나 장점은?

▶윤 교수=무엇보다 시술을 받기 전 일상생활 중에도 숨이 차고 힘들어하던 환자들이 굉장히 빠르게 증상이 호전됐다고 한다. '이렇게 바로 좋아질 수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다'는 말씀을 주시기도 한다. 시술 다음 날 바로 걸어 다니고, 수일 내로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기억에 남는 환자는 한 78세 할머니인데,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고 수술을 고민하고 계셨다. 그러던 중 마을 회관에서 동네 어른들과 모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기절해 119를 통해 심폐소생술을 받고 우리 병원으로 왔다. 다행히 타비 시술을 받고 빠르게 회복됐고 이를 계기로 비슷한 증상이 있던 이웃 어르신들이 모두 심장검사를 받겠다고 진료실을 방문하셨다.

최근 노령층이 증가하면서 건강 검진을 많이 받는데, 이 경우처럼 심장 판막 상태도 한 번씩 체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성공적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허 교수=첫 번째는 조기에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숨이 찰 수 있다는 속설만 믿고 증상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심장판막 질환으로 이런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쯤 꼭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는 고가의 타비 시술 비용 부분이 해결되는 것이다. 최근까지 타비 시술은 건강보험 급여가 20%만 적용돼 환자 부담율이 80%나 됐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5월 1일부터 타비 시술의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면서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고위험군인 환자의 경우 부담율이 80%에서 5%로 현저히 개선됐다.

-건강 보험 급여 확대가 실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가?

▶허 교수=그렇다.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된다는 것은 타비 시술의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10년 이상의 장기추적 결과를 통해 타비 시술이 수술적 방법(SAVR)에 비해 대등하거나 더 우수하다고 보고됐고, 이로 인해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타비 시술을 확대 권고했다. 이번 건강보험 급여 확대 결정을 통해 비용적인 이유로 시술을 망설이던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대동맥판막 협착증 예방과 치료를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윤 교수=최근 심장초음파 검사의 보험 혜택이 대폭 확대됐다. 예전보다 비용 부담도 많이 줄었기 때문에 만약 증상이 느껴지거나, 심전도에 이상이 있다면 꼭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아 보기를 권유 드린다. 특히, 앞서 말씀드린 증상인 숨이 차거나, 가슴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에는 대동맥판막 협착증 뿐만 아니라 다른 심장 질환의 징후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방치하지 말고 꼭 검사를 받아 적기에 치료를 받으시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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