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속가능한 동네책방을 위한 제언

박주연 '여행자의 책' 공동대표

박주연 '여행자의 책' 공동대표
박주연 '여행자의 책' 공동대표

맛집 순례가 한동안 인기를 끌더니 여러 파생어를 낳았다. 가령 저물녘 풍경이 근사한 곳은 '노을 맛집'으로, 시골의 한적한 곳은 '공기 맛집'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살펴보면 동네서점은 '문화 맛집'이라 할 수 있다. 동네책방은 더는 책만 팔아서 먹고살 수 없고, 그곳에 오로지 책만 사러 가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책방지기의 취향을 공유하러 서점에 들어선 이들은 그날 재생되는 음악을 함께 듣고, 유독 앞세워진 신간에 오래 눈길을 주고, 그곳의 분위기를 한껏 누리다 이윽고 책 한 권을 고르곤 한다. 겨우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오기 위해 골목 후미진 곳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이들은 문화 맛집을 순례하는 하이에나족에 속한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을 조금 변용하면 "문화의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동네책방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4년 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미 지역 서점을 생활문화시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역 주민의 생활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동네책방이 감당해 내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문화 거점 공간으로 자리 잡은 동네책방들은 저마다 살아남기 위하여 인문학 강연, 영화 상영,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만들어내고, 그 움직임 덕택에 동네는 덩달아 살아남게 된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문체부도 다 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작은 가게들이 치러내는 고단함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책방지기들의 소원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책방이 오래 문을 여는 것이라는 공통점에 비추어 볼 때 동네서점의 지속은 곧바로 그 동네의 문화 자산으로 직결된다.

대구예술발전소에서 2021년 11월 26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대구독립서점 북페어 '북적북적'은 그런 의미에서 소중한 시도였다. 제각기 운영돼 오던 대구 곳곳의 동네책방 열한 곳이 한자리에 모여 판매하는 것은 역시나 책만이 아니었다. 열성적인 고객층과 연결된 서점, 독립출판물 작가와 연결된 각 서점은 이제 비로소 서점끼리의 연결을 원하고 있음이 확인되는 자리였다. 동네책방 운영자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동병상련이 일어나기 일쑤여서, 북페어를 열자마자 서로 앞다투어 다른 책방 부스를 기웃거리며 충동구매를 하러 다니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동네서점 축제는 여러 동네를 들썩이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일상적으로 찾은 책방에서 축제 공지를 확인한 손님들은 하나같이 그 스케줄을 입력함으로써 기대와 설렘을 공유한다. 동네에 스며들기 시작한 책방이 마을 주민의 고민에 주목하듯이, 책방을 찾은 손님은 서점의 관심사에 반응하기 마련인 것이다. 등하굣길, 혹은 퇴근길에 들른 동네책방에서 독립서점 축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이미 일상을 축제화하는 셈이다. 계절별로 인근 학교, 인근 도서관, 인근 공공기관과 협력한다면 축제의 일상화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서점이라는 공간에서의 경험을 소비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더 쉽고 간편한 인터넷 서점 구매를 자꾸만 미루게 된다. 이런 소수자들의 강렬한 취향은 으레 공동체를 필요로 하므로, 서점끼리의 커뮤니티 마련과 공공연한 연대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독서는 책을 구매한 이후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책방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이미 작동된다고 한다. 동네책방 문을 여는 순간, 이미 한 권의 책을 펼치는 것과 같다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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