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돌에 새긴 우정

정태수 서예가

정태수 서예가
정태수 서예가

"친구는 제2의 자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말을 통해 우리에게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벗을 뜻하는 한자 우(友) 자는 위와 아래에서 손(又)과 손(又)을 맞잡은 모양이다. 이 글자를 보면, 벗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손을 잡아주는 사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정에 대해 여러 고사가 있지만 백아와 종자기에 관한 이야기가 인구에 널리 회자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거문고의 명가인 백아(伯牙)는 누구보다 거문고를 잘 연주했고 종자기(鍾子期)는 백아의 연주를 가장 잘 이해하는 벗이었다.

어느날 백아가 높은 산을 생각하면서 거문고를 연주하자 종자기는 "훌륭하다. 소리의 우뚝 솟아오르는 느낌이 태산과 같다"는 찬사를 보냈고, 백아가 물이 흐르는 강을 염두에 두고 연주하자 종자기는 "멋있다. 넘실넘실 흘러가는 느낌이 강과 같다"고 평하면서 백아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알아 맞히었다.

훗날 백아는 종자기가 죽자 종자기의 무덤 앞에서 비통한 마음으로 연주를 마친 뒤 거문고 줄을 끊어버리고 종신토록 연주를 하지 않았다. 세상에 자신의 거문고 연주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나온 말이 '지음'(知音)이고, 이후 지음은 자신의 소리를 알아준다는 뜻으로 매우 친한 친구를 일컫는 말이 되었다.

한국 고대서예의 보고인 경주에도 신라시대 우정을 나눈 두 화랑의 이야기가 전한다. 이런 사연은 1934년 발견되어 보물 제1411호로 지정된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이란 빗돌에 남아있다. 현재 경주박물관에 있는 자그마한 이 금석물은 높이가 34cm인 빗돌에 음각으로 5줄 74자가 새겨져 있다.

이 빗돌의 비문은 두 화랑의 우정어린 맹세가 중심 내용이다. 그들은 3년 뒤 국가에 충성하길 맹세하고, 시경·상서·예기·춘추전 등 유가경전을 3년 안에 습득하기로 약속한 뒤 이를 빗돌에 남겨 놓았다. 삐뚤삐뚤한 글씨를 보면서 중국서예의 문화적 세례를 덜 받은 신라인의 조형미감이 녹아있는 천진난만한 무기교의 글씨체와 두 화랑의 굳은 우정이 머리에 오버랩된다.

흔히 쇠붙이와 돌처럼 굳고 변함없는 약속을 금석맹약이라 한다. 쇠와 돌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늘 그 자리에서 함께 손을 맞잡아주는 벗이 그리운 시대이다. 염량세태를 좇는 요즘 사람들을 보면서 더욱 옛사람들의 돈독한 우정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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