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엔 0.84였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산술적으로 출산율이 최소 2.0은 돼야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 2020년 출산율이 1 이하인 나라는 유엔 198개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런 나라가 지속 가능할 리 없다.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은 이유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간다. 노인인구가 초고속으로 늘고 있다. 2018년 '고령사회'(고령인구 비율 14%)에 들었는데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20%)로 넘어간다. 인구절벽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일본이 12년, 독일이 37년 걸린 길을 7년 만에 간다. 걱정거리는 현 2030세대가 은퇴할 2060년이면 이 비율이 43.9%까지 치솟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점이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보고서는 더 비관적이다. 2060년 생산 활동을 하면서 세금을 낼 20~64세 인구가 한국에서 사실상 반 토막이 난다. 2065년이면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나라가 된다. 이마저도 현재 0.8 전후인 출산율을 2040년까지 1.25로 끌어올린다는 낙관적 가정 아래서다.
지금도 한 해 태어나는 아이는 30만 명이 안 되는데 생산가능인구서 노령인구로 편입되는 국민은 85만 명에 달한다. 세금 낼 국민은 줄고 세금 쓰는 노인은 급격히 늘고 있다. 경제성장이라도 잘되면 다행이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성장률도 OECD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OECD는 2030~2060년 한국 잠재성장률이 0.8%로 OECD 꼴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2030의 장래는 녹록하지 않다. 당장 2030의 은퇴가 시작될 2057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그 시기를 2055년으로 앞당겼다.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적립된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이는 현 세대가 혜택을 누리자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긴 결과다. 그런데도 대통령 후보들은 2030 표심을 잡겠다며 청년들에게 현금을 쥐여주겠다는 약속만 쏟아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탕발림은 압권이다. 만19~29세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 원씩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700만 청년들에게 지급하자면 한 해 7조 원씩 들어간다. 2040년이면 국민 한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이 지금의 3배, 2050년이면 5배까지 급증할 것이고, 2030세대들이 그 세금 폭탄을 떠안아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설상가상 올해 태어나는 국민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인 2038년이면 짊어질 1인당 나랏빚이 1억502만 원, 2047년이면 2억 원을 훌쩍 넘게 된다. 올해 1천조 원을 넘긴 빚이 두 배인 2천조 원을 넘기는 데 8년이 걸리지 않는다. 얄팍한 현금을 미끼로 미래 세대에 거대한 독박을 씌우는 것이다.
이에서 중국 고사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떠올린다. 송나라 저공이 원숭이들을 모아 놓고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도토리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저공은 할 수 없다는 듯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좋아했다는 고사성어다. 당장의 표를 위해 대선 후보들이 2030 젊은이들을 원숭이 무리쯤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