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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백신 딜레마에 빠진 청소년

이호준 신문국 국장석 부장
이호준 신문국 국장석 부장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천 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1월 코로나 환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역대 최고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 전국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7천1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최다 확진자를 기록한 지난 4일 5천352명보다 2천 명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이달 들어 연일 5천 명 안팎의 확진자를 보이다 6천 명대를 건너뛰고 바로 7천 명대로 급등했다. 위중증 환자도 이날 840명으로 처음으로 800명대로 올라서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는다는 것이다. 8일 0시 현재 접종률 80.7%로, 전 국민 10명 중 8명이 백신을 접종했다. 집단면역이 생겨도 생겼을 법한 수치다. 그런데도 연일 확진자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돌파감염자의 비율도 높다. 경북의 경우 지난달 4주, 5주 돌파감염자가 각각 58.4%, 66.2%를 기록했고, 대구도 지난달 54.2%나 됐다. 확진자 중 절반 이상이 돌파감염인 셈이다. 특히 군(軍)의 경우엔 상황이 더욱 심각해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 중 돌파감염 비율이 94%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미국에선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하고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이쯤 되면 백신 딜레마라고 할 만하다.

백신을 맞아도 돌파감염되고, 델타·오미크론 등 기존 백신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방역 최고 카드는 여전히 백신 접종 독려다. 우리 사회의 금기와도 같은 중고생들의 학습권을 건드리면서까지 12~18세 소아·청소년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하면 학원과 도서관, 독서실에 갈 수 없게 된다. 당연히 거센 반발이 일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이러한 정부의 접종 강요 및 방역패스에 반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와 수십만 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온라인상에 학생들의 학습권을 뺏으면 안 된다는 등 청소년 방역패스에 반발하는 글과 당사자와 부모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글도 부지기수다. 부작용 우려가 큰 데다 맞고도 감염되는 백신을, 그것도 학습권을 뺏으면서까지 10대 소아·청소년들에게 강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얘기다.

시시각각 변하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학생들에게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내년 2월에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진 아무도 모른다.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사그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오미크론이 대세로 자리 잡은 뒤 코로나 공포가 숙져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해 기존 백신을 무력화시켜 놨을지 알 수 없다.

청소년들은 지금 백신 딜레마에 빠져 있다. 맞자니 심각한 부작용이 걱정되고 안 맞자니 학생이길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탓이다. 자칫 학생으로서의 일상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혼란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은 좋다. 그렇다 해도 강제하는 방법은 아니다. 이는 학생들에겐 '학원을 못 다니게 하겠다'는 압박을 넘어선 협박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가 학생들에게 학생으로서 본분을 못 하도록 해선 안 된다. 코로나 확진세가 거세긴 하지만, 그래도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 여부 결정은 당사자와 부모에게 맡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 1월 29일 0시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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