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헬멧·면허 의무화로 “매출 반토막” 업체 고사직전

이용자 "헬멧 착용 강제, 킥보드의 편리함 감소시켜"
면허 소지 필수화 되자 대학생 이용자 반토막
市 “헬멧 보관함 개발에 속도 붙일 것”

21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북문 횡단보도에서 한 시민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길을 건너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1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북문 횡단보도에서 한 시민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길을 건너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전동킥보드 공유업체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용자의 헬멧 착용과 면허 소지가 의무화되면서 킥보드 이용 수요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시 ▷헬멧 착용 의무 ▷원동기장치 운전면허 필요 ▷동승자 탑승 금지 ▷인도 주행 금지 등이 적용된다. 이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고 이용자의 안전책임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개정안이 적용된 지 넉 달이 지나면서, 업계는 이용 수요가 반토막으로 줄었다고 주장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총 9개 업체가 약 6천900대의 전동킥보드를 대여하고 있는데, 최소 3천대 이상의 킥보드가 운행이 멈춘 셈이다.

업계는 이용자 수요가 급감한 요인으로 가장 먼저 '헬멧 착용 의무'를 꼽았다. 통상 킥보드는 장시간 이용보다 10분 남짓한 거리를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부피가 큰 헬멧을 일일이 갖고 다니는 이용자들은 없다는 것이다. 대구의 공유킥보드 A사 관계자는 "킥보드는 계획해서 타기보다 눈앞에 보였을 때 잠깐 타는데, 헬멧을 미리 준비해서 나오는 사람은 없다"며 "마이크로 모빌리티 특성상 킥보드는 이동의 편리함을 위해 잠깐 이용하는 수단인데 헬멧 착용을 강제해버리면 갖고 다니는 게 번거로워져 오히려 편리함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법 개정 시행 후 매출이 50%가까이 줄었다는 킥보드 B사 팀장은 "회사 자체적으로 헬멧을 킥보드에 걸어놓기도 해봤지만 누가 썼는지 몰라 착용을 꺼리는 이용자들이 옆 킥보드에 걸어두거나 다른 곳에 던져두면서 분실률이 70%에 달했다"며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대응을 해보지만, 적자가 너무 심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없었던 면허 소지 필수도 매출 감소에 큰 요인이다. 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선 원동기 이상의 운전면허 자격이 요구되는데, 무면허였던 기존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킥보드 C사 관리인은 "킥보드 이용자 상당수가 대학생인데, 무면허였던 학생들이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캠퍼스 내 킥보드들이 놀고만 있다"며 "킥보드는 조작법이 간단하고, 속력도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제한되는데 원동기 수준의 면허가 필요한 것인지 사회적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화된 규제를 두고 업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별도의 대안 없이 규제에만 치우쳐진 게 아니냐는 반발도 나온다. 이동근 퍼스널모빌리티 산업협의회 팀장은 "초기에 킥보드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친환경 모빌리티로 인식되는 데다, 편리함까지 갖췄다며 호평이 많았다. 하지만 불과 몇 년도 안돼 업체들이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강한 규제가 적용됐다"면서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규제가 필요할 수는 있으나,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프라를 마련한 후 규제를 시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업체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지난 2월 경북대 산학협력단과 킥보드 업체와 함께 안전모 보관함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디자인 선정부터 생산까지 여러 난관들이 있어 내년이나 돼야 이루어질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처음에는 안전모 보관함에만 중점을 두다가, 헬멧 디자인과 크기도 고려하면서 조금 늦어지고 있다"며 "업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이 과정에서 업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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