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 대구 오리엔탈리즘

이진숙 전 대전MBC 대표이사

이진숙전 대전MBC 대표이사
이진숙전 대전MBC 대표이사

'오리엔탈리즘'은 주로 서양 사람들이 중동 아랍·이슬람 문화권에 대해 가진 고정관념 또는 편향된 시각을 말한다. 19세기 서양 열강이 중동으로 진출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신비의 지역'은 본격적으로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술탄은 '금지된 구역'이란 뜻의 하렘에 수많은 여성들을 처첩으로 모아 놓았고 이곳에서는 물담배와 벨리댄스가 펼쳐지는 연회가 매일 계속되었다. 사람들은 도둑질한 이들의 손목을 자르고 혼전 연애를 한 여성들은 돌로 쳐서 처형하는 야만적인 형벌을 가했다. 남성들은 네 명의 여성을 부인으로 거느렸고 여성들은 남성들의 음심을 자극하지 않도록 검은 천으로 몸을 가려야 했다.>

이 같은 묘사는 아랍과 이슬람에 대해 얼마나 공정한 시각이었던가. 중동 지역을 처음 여행했을 때 그들이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나 화장실에서 휴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 놀란 기억이 있다. 이런 풍습은 막상 속사정을 알게 되면 전혀 다른 평가를 하게 된다. '야만적'으로 보이는 풍습이 실은 위생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채소 쌈을 먹기 위해 손을 씻는 한국인들은 손으로 먹는 문화를 비교적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휴지를 쓰지 않는 그들의 문화가 비데로 발전했다는 말도 있다. 실제 코란은 '청결은 신앙에서 나온다'며 일상에서의 청결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해는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인상기적 편견에 대한 비판은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가 쓴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서 극적으로 표출되었다.

한국에서 대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대구의 이미지는 주로 이렇게 요약될 것이다. 꼰대에다가 수구적이며 시끄럽고 타협이 잘 되지 않는다, 가부장적이고 여성 폄훼적인 보수 꼴통, 이런 이미지다. 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는 현실을 반영하는가.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기는 어렵지만 대구와 부산의 단체장, 국회의원들을 비교하면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난다. 21대 대구 국회의원 12명의 경력을 분석해 보면, 한 명을 제외한 11명이 공무원 출신이다. 판검사 출신이 3명, 차관이나 경찰청장, 구청장 등 위급 공무원 출신이 8명이다. 역대 시장은 전원이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부산의 경우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5명이 기업인 출신으로 대구의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선출직 공무원으로 선택을 받은 이들이 판검사, 장차관, 고위 공무원 출신이라는 사실은 대구 시민들이 '사농공상'의 전통을 따른다는 분석도 있다. 20대 시절, 주변에서 '사' 자 직업을 가진 남성과 결혼하는 여성은 '시집 잘 갔네'라는 말을 들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을 목격했다.

공무원과 기업인은 대체로 정반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공무원은 기존의 법 테두리 안에서 사회의 틀을 유지하고자 하는 반면 기업인은 융통성을 발휘하여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야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생존이 가능해진다. 전쟁 취재를 할 때 중동에 진출한 기업인들로부터 많이 들은 이야기가 있다. "상사원이 진출하여 물건을 팔면 건설회사가 들어와 길을 닦고, 그러면 그 길 위로 외교관(공무원)이 차를 타고 부임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공영방송에서 일했고 남편은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다가 퇴직했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비슷한 시기에 창립되었으나 현재 두 회사의 위상은 천양지차이다. 공영방송사는 위축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데 반해 자동차 회사는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공영방송사는 정부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아 혁신의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자동차 회사는 한국을 넘어 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대구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인식은 오해일까, 사실일까. 대구는 대한민국의 여타 지역에 대고 "우리는 꼴통이 아니다, 수구가 아니다, 혁신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할 수 있는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 10월 22일 0시 기준 )

  • 대구 21
  • 경북 45
  • 전국 1,440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