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플랫폼기업 부작용에 대응하는 큰 그림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김현덕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플랫폼기업 전성시대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기업들은 식료품 배달부터 우주여행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면서 최고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네이버뿐만 아니라 2010년 전후 탄생한 쿠팡, 배달의민족, 토스 등도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기업으로 도약했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과 단숨에 국내 은행 부문 시가총액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카카오뱅크는 국내 플랫폼기업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플랫폼기업은 소비자에게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편익을 제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작은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를 준다. 하지만 우려되는 면도 있다.

폴 그레이엄은 창업기획사(accelerator)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 수많은 유니콘기업을 키워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이자 창업 멘토로 꼽힌다. 2016년 그는 창업기업을 키울수록 불평등이 심화되는 난처함을 고백한 적이 있다.

이는 특정 기능 또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시장에 안착한 후, '함께하는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효용이 더 증가한다'는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해 사업을 키우는 플랫폼기업에는 지속적인 규모 확대와 독점 추구가 불가피해서다. 플랫폼기업에 독점은 존재 기반이자 성장 방식이기에 자본주의의 본토이자 플랫폼기업의 고향 미국에서조차 '플랫폼 독점 사업 금지법'이 발의되기에 이르렀다.

플랫폼기업에 대한 제재는 독점의 폐해를 막는 긍정적인 면과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고 혁신을 지연시키는 부정적인 면이 상존한다. 섣불리 결정할 수 없고 견제의 수준에 대한 지속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플랫폼기업이 기업 독점을 넘어 국가 또는 지역 사이에서 부를 편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기업들은 물리적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하기에 플랫폼기업의 성장은 사실상 본사가 있는 국가 또는 지역에 한정되고, 오히려 나머지 지역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활성화될수록 부의 유출이 심화된다.

유럽 의회가 플랫폼기업의 합법적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구글세' 도입을 검토하는 이면에는 미국의 플랫폼기업들이 유럽에서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유럽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기여도는 거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수수료만 챙기는 글로벌 플랫폼기업은 여러 나라의 제조 거점에 상대적으로 싼 노동자를 고용해 이익을 창출하던 소위 '다국적기업'들에 비해서도 더 악독해 보일 수밖에 없다.

한 나라 안에서도 플랫폼기업의 성장 과실은 특정 지역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국내 플랫폼기업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 플랫폼기업에 수수료 등이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반면 플랫폼기업의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투자, 지역기업과의 협업 등은 미미한 수준이다. 물류센터 등 일부 파급효과가 낮은 투자만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넘긴 배달의민족은 대구경북 음식점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수수료를 걷었음에도 지역 내 고용 창출과 지역기업과 협업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플랫폼기업의 성장은 수도권 집중을 초래하는 또 다른 악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비수도권의 대응은 체계적이지 못했다. 지역기업과 플랫폼기업의 협력을 주선하기도 하고, 지역기업이 플랫폼기업에 지급하는 수수료 일부를 지자체가 지원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플랫폼기업의 횡포에 맞서 경쟁 플랫폼을 만드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플랫폼기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한 채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손 놓고 있다 보면 부작용만 부각돼 오히려 규제 일변도로 흐를 수 있다. 플랫폼기업과의 비즈니스 협력도 중요하고, 지역에서 예비 플랫폼기업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며, 때로는 대안 플랫폼을 만들어 견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개별 사안에 따른 플랫폼기업에 대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으니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에 맡기기에는 지역과 수도권의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 지금부터라도 플랫폼기업이 주도하는 시대를 전제로 지역 경제를 키우기 위한 큰 그림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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