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⑨무겁고 저린 다리 '하지정맥류'

밤마다 묵직한 내 다리 피가 거꾸로 솟는 증거

매장 점원으로 20년 넘게 서서 일했던 A(54)씨는 매일 밤마다 다리가 붓고 무겁고 저린데다 몇 달 전부터는 발바닥 통증도 심해졌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잠자는 중 갑자기 발에 쥐가 나 벌떡 일어나는 경우도 잦았다. 도무지 무슨 병인지 답답했던 A씨는 병원을 찾아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서 다리가 한결 가벼워지고 밤잠 자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A씨는 "하지정맥류라는 병에 대해 의약품 광고나 의학정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주 들었지만 혈관이 푸르게 불룩불룩 튀어나오는 것만 하지정맥류인줄 알았다. 이렇게 다리 모양이 멀쩡한 상태에서 저리고 쥐가 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사실 병원을 찾기까지 고생을 꽤 했다"고 털어놨다.

◆다리가 무겁고 저리다면 의심해봐야 할 질환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심장에서 뿜어낸 혈액은 발끝까지 도달한 후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정맥류는 돌아오는 통로인 정맥 속 판막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맥판막은 열렸다 닫히면서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돕는데,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이 심장으로 가지 못하고 역류해 다리정맥에 고이게 된다. 이때 정맥 내부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심할 경우 혈관이 늘어나 피부 밖으로 돌출되기도 한다.

하지정맥류는 자가진단이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거나 저리는 증상은 하지정맥류 환자의 대표증상 중 하나이지만, 붓기나 통증이 있다고 모두가 하지정맥류라 단언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다리통증과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만 해도 하지불안증후군, 좌골신경통, 정맥혈전증 등 다양하다.

혈관이 구불구불 뱀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것만으로도 구분이 어렵다. 권혁면 KCS 대구 수흉부외과 원장은 "하지정맥류 초기이거나 안쪽 혈관에 정맥류가 발생한 경우라면 혈관이 돌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한혈관외과학회와 대한정맥학회가 전국의 성인 1천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85%가 하지정맥류 대표 증상으로 '다리 혈관 돌출'을 꼽았지만, 실제 하지정맥류 환자 중 다리혈관돌출을 경험한 비율은 절반 이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정맥류가 발생하는 요인으로는 크게 가족력과 직업, 성별을 꼽을 수 있다. 권 원장은 "가족력이 있다면 하지정맥류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있는 등 한자세로 오래 일하는 직업군에서도 발병 위험이 높다"면서 "성별로 봐서는 남성에 비해 여성 환자가 2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여성 하지정맥류 환자가 많은 이유는 임신 및 출산의 영향이 크다. 권 원장은 "임신을 하게 되면 혈액양이 많아지고 복압이 증가하면 다리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져 혈액순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출산 경험이 많은 여성일수록 발병률이 높은 이유다. 여성들이 자주 착용하는 보정속옷, 스키니진 등 몸을 압박하는 의상도 혈액순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비열치료법으로 간편하게 시술 가능

전문의 상담을 통해 하지정맥류가 의심된다면 가장 먼저 혈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맥류 발생 위치 및 근원혈관, 혈류량과 방향에 따른 역류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권 원장은 "초음파를 통해 하지정맥류 환자의 혈관에서 혈액이 반대로 흐르는 모습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정맥류는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진행성 혈관질환이다. 종아리 근육단련, 정맥순환제 복용, 압박스타킹 착용 등이 하지정맥류 예방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발병 이후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경우에는 혈액순환 장애로 혈전이 생기며, 혈전성정맥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것이 반복되면 피부가 딱딱해지고 색이 변하는 피부경화증으로 이어지며 더 심할 경우 피부가 썩는 피부궤양이 되기도 한다.

하지정맥류 치료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이나 약물복용 등 대증요법(보존적 치료법)과 함께 문제가 되는 혈관을 없애거나 막는 수술적 방식을 함께 사용한다. 과거에는 정맥류가 발생한 혈관을 아예 제거하는 수술(발거술)을 주로 시행했다면, 최근에는 문제가 되는 혈관을 막아 다른 정상적인 혈관으로 우회해 흐르도록 하는 치료법이 주로 시행된다.

혈관을 우회해 흐르도록 하는 시술법은 크게 열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과 비열치료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열에너지인 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한 치료법은 국소 마취를 한 뒤 혈관 안으로 기구를 삽입해 문제가 되는 혈관을 막는 방식이다. 발거술에 비해 마취 부위가 적고, 통증 등 부작용 발생 위험도 적지만 문제는 열에너지를 사용하다보니 주변 정상 조직이 손상될 위험과 통증 혹은 감각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권 원장은 "이 때문에 시술 부위 주변에 식염수를 넣는 팽창마취를 통해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혁면 KCS 대구수흉부외과 원장
권혁면 KCS 대구수흉부외과 원장

가장 최근 등장한 시술법은 열에너지를 쓰지 않는 비열치료법이다.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인체 무해한 의료용 접합제(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혈관 내에 주입함으로써 문제 혈관을 폐쇄시키는 방식이다. 시술시간과 회복시간이 짧은데다 통증과 멍 발생 위험도 적어 일상회복이 가장 빠르다. 다만, 인체에 무해하나 외부 물질이 체내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 극소수에서 알레르기 등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권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는 병"이라며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시술 후 바로 다음날 일상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에 막연한 부담감으로 치료를 미루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삶의 질이 한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권혁면 KCS 대구 수흉부외과 원장

[표]정맥 건강 체크리스트

□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무겁고 둔해진다.

□ 종종 다리가 붓고 저린 증상이 생긴다.

□ 다리에 쥐가 잘 난다.

□ 다리 혈관이 파랗게 비치고 튀어나와 있다.

□ 다리에 상처나 피부병이 생기면 잘 낫지 않는다.

□ 다리 피부가 유독 거칠고 멍이 잘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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