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옥자

'슈퍼 돼지' 결국 국내 단관극장 신세

봉준호 '칸영화제' 경쟁작 입성

극장'인터넷 동시 개봉 논쟁 불러

3대 멀티플렉스 극장서 상영 거부

강원도 산골소녀

'슈퍼돼지' '옥자' 구하기

위험천만한 미국 여정 나서

'옥자'

'설국열차'(2013) 이후 4년 만에 만들어진 봉준호 감독의 영화다. 이 영화는 지난달에 열린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에 올랐고,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지 오래인 봉 감독의 칸영화제 경쟁 부문 입성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는 세간의 평가였다.

전도연 이후 10년 만에 칸영화제 수상을 기다리던 한국 관객에게 난데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줄 수 없다는 심사위원단과 프랑스 현지 여론의 반응이었다. '옥자'는 칸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영화가 극장에서 프리미어로 상영되고 나서 찬사를 받았는가 하면 애초에 '옥자'의 칸 경쟁 부문 초청이 잘못되었다며 야유하는 반응까지 칸영화제 기간 이 영화는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옥자'는 넷플릭스 영화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란 미국의 스트리밍 영상 대여 회사, 즉 인터넷을 기반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송출하는 회사인데 1997년에 서비스를 개시한 넷플릭스는 방송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에 넷플릭스가 상륙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미드 중 가장 유명한 '하우스 오브 카드'(2013) 이후 영향력이 점차 커지자 영화 제작도 시작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옥자'의 제작비 5천만달러 전액을 투자한다.

브래드 피트가 대표인 '플랜B 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하고 '세븐' '패닉 룸' '아무르'의 명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가 촬영하였으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제이크 질헬란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로 포진한, 진정한 의미의 봉준호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옥자'의 칸영화제 상영 이후 칸영화제 측은 내년부터는 극장 개봉 영화만 출품한다는 규정을 만들고 인터넷 스트리밍 영화는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주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하면서 많은 논쟁거리를 낳았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와 극장에서 동시에 영화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3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은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하면서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이 아닌 전국 83개의 단관 극장 중심으로 상영된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영화면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전국 1천 개 이상 스크린을 확보하게 마련이지만 '옥자'는 107개 스크린을 할당받았다. 하여튼 '옥자'는 그간 영화가 극장 개봉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방송이나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홀드백 시스템'을 깨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옥자'는 디테일한 표현에 강하고 사회풍자 정신과 해학성이 풍부하며 한국 로컬리즘 미학을 제대로 구현한다는 봉준호 감독의 개성적인 영화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낙천성과 봉준호식의 유머, 한국적 정서가 적절하게 어울리는 수작이다. 영화는 슬프고 따뜻하며 아름답고 서늘하다. 안방에서보다는 오롯이 두 시간을 집중하며 몰입할 수 있는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제 맛일 것이다. 세대 변화와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미디어 수용 환경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에 '옥자'는 서 있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에게 슈퍼 돼지 옥자는 10년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다. 어느 날, 글로벌 기업 미란도는 슈퍼 돼지 경연대회를 열기 위해 '슈퍼 돼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 간다. 할아버지(변희봉)의 만류에도 미자는 옥자를 구하려고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옥자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위기에 처한 미자는 비밀 동물보호단체 ALF의 도움을 받게 되고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미자를 뉴욕으로 초대한다. 한편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는 옥자를 이용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ALF는 옥자에게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미란도의 동물 학대의 정황을 캐내려 한다.

강원도 산골 소녀와 다국적 푸드 기업의 대비, 화려한 쇼의 뉴욕과 서울의 미로 같은 뒷골목의 대비, 동물과의 깊은 교감과 육식산업을 위한 동물 학대의 대비 등 많은 대립 요소들을 뚫고 달리며 쫓고 쫓기는 모험극은 신나고 유쾌하다가 눈물짓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 대립적 요소들을 우열을 놓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산골 할아버지도 돈에 환장하고,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들은 열정의 크기만큼의 대안은 세우지 못한다.

한국적 상황과 외국 배우들의 앙상블이 다소 불협화음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주인공 미자와 돼지 옥자의 우정이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아역배우 안소현의 연기는 안정적이어서 판타지적인 이야기에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영화는 이야기의 흥미진진함이 교훈적인 메시지를 거부하게 하지는 않을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다. 시원하고 정감 있는 강원도 산골과 옥자의 앙증맞은 몸짓, 미자의 대범함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동물들이 더없이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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