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7년-그들이 없는 언론

공정 언론 재갈 물린 7년…법 위에 군림한 정권

부당하게 '잘린' YTN·MBC 기자들

해직무효소송서 승소하기까지 과정

파업 당시 현장 영상·생생한 인터뷰

시대의 아픔 그대로 전해져 '울컥'

지난해에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의미 있는 흥행을 하였다. 국가기관에 의한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자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각각 14만, 19만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이 수치는 다큐멘터리 시장에서는 엄청난 성공으로 자축해도 될 정도의 기록적 숫자다.

2009년에 개봉하여 300만 관객을 모으며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서 불멸의 기록을 남겼던 '워낭소리' 이후 극장용 다큐멘터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후 '울지마 톤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춘희막이' 같은 다큐멘터리들이 줄줄이 성공했는데, 이 영화들은 모두 사람들의 드라마 같은 일상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언론은 이전과 다른 상황을 맞이하였다. 공영방송사들은 줄줄이 '공정 방송'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파업에 돌입하였고, 20여 명의 언론인이 해직되었으며, 수십 년을 이어온 탐사 보도 프로그램들이 폐지되거나 축소되었다. 2014년 세월호 보도가 정점을 찍게 되는데, 언론사의 오보나 왜곡 보도를 통해 국민과 세월호 피해자를 분리시키는 방식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시민들은 기성 언론이 기사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의미에서 '기레기'로 부르며 기성 언론인들을 공격했고, 대안 언론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공중파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진실,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 또한 다큐멘터리이다. 그리하여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이라는 저널리즘 다큐멘터리가 휴먼 다큐멘터리 못지않게 극장에서 관객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바야흐로 방송에서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진실을 극장에서 찾는 경향이 생겨나게 되었다. 지금의 상황은 극장용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기회이지만, 방송 다큐멘터리의 위기이기도 한 것이다.

방송을 통제하고 언론인의 입에 재갈을 물린 후 수년이 흘렀고, 감시받지 않은 정권은 한계를 모른 채 법 위에 군림하였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그 끝을 보고 있다. 언론의 공정한 보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권력자도 깨닫고 있을 것이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를 카메라에 담는다. YTN에 이명박 정권 특보 출신 사장이 선임되자 파업이 시작된 해에서 MBC 해직 정직 소송에서 해직 언론인들이 승소하기까지의 7년이다. YTN과 MBC의 해직 언론인의 과거와 현재가 EBS PD 출신인 김진혁 감독에 의해 그려진다. 김진혁 감독은 '지식채널 e'를 연출했던 PD로, 반민특위를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들다 외압에 의해 방송사를 스스로 나왔고, 이 장편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고 있다.

영화는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을 통해 정권에 의한 언론 장악의 과정과 그 때문에 붕괴한 저널리즘을 재조명한다. 영화에는 거칠게 촬영된 파업 당시의 현장 영상들이 삽입되고, 7년이 지난 후 회고조로 당시와 지금을 이야기하는 해직 언론인 당사자들의 인터뷰가 실린다. 거칠지만 진정성이 있는 다큐멘터리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내고 있다.

공정 언론을 사수하고자 하는 사명감을 지닌 공인일 뿐 아니라, 한 가족의 일원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직업을 잃은 그들의 아픔과 회환이 그대로 전해져 울컥하게 된다. 상식적으로 살고자 했던 그들이 모욕을 받으며 떠난 자리가 얼마나 큰가는, 기레기라 통칭하며 공식 언론을 믿기 꺼리는 시민들의 현재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야만이 지배하던 시대가 가고 이제 곧 오게 될 새벽을 기다리며, 다시는 이런 역사가 없기를 다큐멘터리를 통해 또 한 번 깨닫는다. 다큐멘터리가 재미없다는 편견을 버리고, 너무 비장한 심정으로 대하지 않으며 이 작품을 보면 의외로 깨알같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방송사 전 사장들의 비논리적이고 구차한 말들은 거리를 두고 보면 코미디이다.

모두 함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자니 힘겹지만, 이 또한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한 집단 학습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겨낼 용기가 생겨난다. 해직 언론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곳, 어서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길 응원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 10월 20일 0시 기준 )

  • 대구 36
  • 경북 75
  • 전국 1,571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