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엑스맨: 아포칼립스

1980년대 美 사회 투영된 '돌연변이들의 전쟁'

마블 코믹스가 원작인 '엑스맨' 시리즈는 2000년에 처음 영화로 만들어져, '엑스맨2'(2003)와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으로 이어지는 3부작이 흥행에 성공하며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양산해 내었다. 이후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과 '더 울버린'(2013) 등 시리즈 속 인기 캐릭터인 울버린의 독자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방향을 돌리다가, 엑스맨 주인공들의 과거를 다룬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라는 프리퀄로 다시 인기몰이를 했다.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는 방대한 시리즈를 아우르는 동시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을 다졌다.

초대형 SF 블록버스터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16년간 이뤄진 엑스맨들의 활약 결정판이다. 최초의 돌연변이가 등장한 가장 오래된 과거로 간다. 이번 편은 기원전 고대 이집트와 1980년대 미국을 오간다. 영화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무덤에서 깨어난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가 인류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네 명의 돌연변이로 구성된 '포 호스맨'을 구성한다. 이에 맞서 '찰리'를 중심으로 한 엑스맨들이 뭉쳐 일대 전쟁에 나선다. 엑스맨 시리즈의 대표 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이번에도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편에도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세대교체를 알리는 떠오르는 젊은 신예 배우들의 진용도 화려하다.

슈퍼 히어로 영화가 아이들, 혹은 유아기를 그리워하는 어른이나 보는 유치한 영화라는 생각은 절대적으로 편견이다. 미국 출판 만화를 지칭하는 '코믹스'는 일본 만화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 도래하던 시대에 코믹스가 등장했으니 80여 년이라는 만만치 않은 역사를 쌓아왔는데, 등장 당시 침체된 경제와 대조적으로 대중문화는 크게 성장했다. 코믹스는 빈곤한 도시 노동자들이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값싼 여가 수단으로 영화와 함께 도시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하여 코믹스는 미국 사회의 문제, 도시의 문제를 담고 있는 사회 반영성의 매체가 됐다. 1938년 슈퍼맨이 등장한 이후, 코믹스의 95%가 슈퍼 히어로를 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에서 볼 때 슈퍼 히어로 영화는 미국사를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참조물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슈퍼 히어로물은 전쟁 선전의 기능을 담당했고, 전후 여성 소비자층의 증가로 여성 히어로가 인기를 끌었다. 서부영화의 몰락 이후 코믹스 슈퍼 히어로가 법을 준수하고 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캐릭터로 다져져, 당대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 대체 영웅이 되었다. 1970년대 말 SF 블록버스터 영화의 성장은 슈퍼 히어로의 대대적인 확장과 맞물렸다. 배트맨과 같은 반영웅이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다. 엑스맨의 일원인 울버린 또한 반영웅의 대표적 인물이다. 21세기 들어 슈퍼 히어로물은 다양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며 인종, 성적, 계급적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있다. 돌연변이가 대거 등장하는 '엑스맨'은 그야말로 소수자들의 연합을 보여준다.

매그니토(마이클 파스빈더)와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이 돌연변이로서의 능력을 세상에 공개했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워싱턴 사건으로부터 10년이 흐른 1983년. 고대 이집트에서 신으로 숭배받았던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초능력을 흡수해 가며 수천 년을 살아온 아포칼립스는 스톰(알렉산드라 십), 사일록(올리비아 문), 아크엔젤(벤 하디) 그리고 매그니토(마이클 파스밴더)에게 자신의 힘을 나누어준 뒤, 그들과 함께 현재의 세상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 한다.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미스틱은 아포칼립스의 지구 종말 계획을 알아채고, 진 그레이(소피 터너), 사이클롭스(타이 셰리던), 퀵 실버(에반 피터스), 나이트크롤러(코디 스밋 맥피) 등 젊은 돌연변이들과 함께 아포칼립스에 대항한다.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이었던 1980년대는 경제적 번영과 평화 속에 불안이 잔존하던 시대이며, 현재 표면화된 사회적 모순의 싹을 키우던 시기라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적 맥락이 예사롭지 않다. 찰스는 돌연변이들과 세상의 화합을 꿈꾸지만, 매그니토는 인간을 배제하고 뮤턴트 왕국을 만들려 하면서 절친이었던 둘은 대립한다. 이 두 캐릭터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X를 모티프로 삼았다는 공공연한 이야기는 슈퍼 히어로가 얼마만큼 사회현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잘 보여준다. 영화는 다음 편에서 확실히 돌연변이들의 세대교체가 있을 것을 예고한다. 엑스맨 시리즈의 점차 확장되어 가는 세계는 슈퍼 히어로 장르가 사회 변화에 따라 얼마나 발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라는 점에서 영화감상의 재미는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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