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트 코로나 언컨택트 시대] 돌아갈 수 없는 일상

마스크 문화, 재택근무, 줄어든 회식, 스포츠·해외여행 타격
평온했던 일상 불안으로 흔들 … 코로나19 이전과 확연히 변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대구 수성구 내부모요양돌봄타운 직원들이 최근 탁 트인 야외 옥상에서 회식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대구 수성구 내부모요양돌봄타운 직원들이 최근 탁 트인 야외 옥상에서 회식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가 지구촌을 점령했다. 사람들의 일상, 사회의 모든 분야가 '코로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언컨택트(Uncontact·비대면)라는 패러다임이 새로운 삶의 지표로 자리잡았다. 매일신문은 코로나가 변화시킨 일상과 사회의 변화상을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인류 역사는 코로나19 이전(Before COVID-19)과 이후(After COVID-19)로 나뉜다."

올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고,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로 인한 집단 감염 사태가 번지며 코로나19와의 본격적인 사투가 시작됐다. 많게는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평온했던 일상은 불안으로 송두리째 흔들렸으며, 우리네 삶은 코로나19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마스크 착용은 상례가 됐고 어느 곳을 출입하든 체온 체크와 방문 기록은 당연한 절차가 됐다. 재택근무와 집콕, 방콕은 일상이며, 사람들이 대중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게 되자 문화·스포츠·종교 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은 개점 휴업상태가 됐다. 감염병 차단을 위해 하늘길이 막히며 여행과 무역은 어려워졌고, 배달과 택배문화의 수요는 폭발했다.

자가격리, 비대면 또는 언컨택트(Uncontact),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로 마주하게 된 낯선 단어들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불편해도 계속 착용해요…마스크 문화

지구촌에서 'K-방역'의 대명사가 된 마스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감염병 예방 기능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부터 자신과 이웃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조치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은 더위에도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며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김솔지(58·가명) 씨는 날씨가 더워지는 요즘 KF94 마스크를 낀 채 외출하고 나면 마스크 가장자리와 닿은 얼굴 부위가 붉어지고 가려운 증상으로 애를 먹고 있지만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려도 마스크를 잘 끼지 않았던 직장인 조호광(59) 씨도 최근 몇 달 동안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있다. 그는 "비록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내 이웃이나 남을 생각할 때 마스크는 꼭 착용해야 할 필수품이 됐다"고 말했다.

한때 마스크 공급을 넘어설만큼 수요가 폭발하면서 마스크 대란이 터지기도 했지만 정부의 마스크 수급 조치와 질서를 지켜준 시민들 덕분에 사태는 점차 잠잠해졌고, 이런 상황 속에서 마스크 나눔 움직임도 꾸준히 나타났다.

◆근무 형태의 뉴노멀…재택근무·확 줄어든 회식

잡코리아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62.3%가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직장인 중에선 73.2%, 중견기업은 68.6%, 중소기업은 57.6%가 재택근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한 회사원 장지혜(31) 씨는 "출퇴근 부담이 없고 조용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건 재택근무의 장점"이라며 "그러나 공과 사 구분에 유혹이 많고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직원 복무관리나 성과 등 진단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직원 12명과 함께 일하는 이원의료재단 대구경북본부장 박경식(54) 씨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회식 문화가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매월 서너번씩 갖던 회식은 최근 들어 월 한번 정도로 줄어들었고 장소를 선정할 때는 환기가 잘 되고 공간이 넓은 장소, 옆 테이블과 공간이 확보되는 장소를 주로 찾게 된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달라진 회식 문화는 대부분 1차에서 끝을 내고 2차가 없어졌다는 점"도 꼽았다. 2차 장소가 주로 노래방임을 감안할 때 마이크 등을 통해 밀폐된 공간에서 타인의 비말 등이 튈 수 있다는 점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무관중으로 열린 가운데 삼성 응원단 앞 관중석에 삼성 팬들을 대신해 대형인형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무관중으로 열린 가운데 삼성 응원단 앞 관중석에 삼성 팬들을 대신해 대형인형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직관 대신 온라인으로 채팅하며 보는 스포츠

대구FC 팬인 임영민(29·가명) 씨는 '대팍'(DGB대구은행파크)에 못 가는 대신 아프리카TV를 통해 축구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현장직관의 생생함은 없지만 실시간 채팅을 읽으며 경기를 보는 재미도 깨나 쏠쏠하다.

코로나19에 전 세계 스포츠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국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리그가 차례로 개막했지만 아직 관중석은 텅 빈 상태다. 관중석에는 스포츠팬들 대신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하는 현수막(대구FC)이나 각 구단의 캐릭터(SK 와이번스), 인형(삼성라이온즈), 팬들의 사진(맨체스터유나이티드) 등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대신 안방1열을 차지한 팬들은 TV·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특히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들은 앞다투어 ▷멀티뷰 ▷편파중계 ▷채팅·게임기능 등을 스포츠중계에 도입해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야구·축구 리그는 코로나19로 뜻밖의 호재를 맞기도 했다. 전세계 대부분의 스포츠경기가 중단된 가운데 한국에서 리그가 재개된다는 소식에 전세계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KBO리그는 미국 등 전 세계에 퍼진 ESPN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170여개국에서 중계되고 있다. K리그는 영국 BBC를 포함해 해외 39개국에 중계권을 판매했으며, 글로벌 개막전 시청 인원은 총 1천554만 명을 넘어섰다.

제주항공 직원이 지난 13일 제주국제공항의 기존 발권 카운터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한 '안심 체크인' 카운터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제주를 시작으로 부산, 청주, 대구, 광주, 여수 등 7개 공항 국내선 카운터에 안심 체크인 카운터를 순차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제주항공 직원이 지난 13일 제주국제공항의 기존 발권 카운터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한 '안심 체크인' 카운터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제주를 시작으로 부산, 청주, 대구, 광주, 여수 등 7개 공항 국내선 카운터에 안심 체크인 카운터를 순차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제주항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해외여행 대체하는 국내여행·호캉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아무래도 여행업이다. 해외여행이 불가능해 보이는 올해는 국내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제껏 잘 알려지지 않은 청정지역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훈(30) 씨는 "올 여름 휴가를 제주도로 가려다 숙박시설 예약이 마감되거나 가격이 너무 높아 국내 다른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고 했다.

먼 곳으로 떠나기 보다는 도심 속 일탈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호캉스나 한옥스테이 등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모르는 사람과 동행하는 대규모 패키지 여행보다는 지인끼리 그룹을 지어 떠나는 소규모 여행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서 여행업에도 '살롱 문화'가 확장되는 분위기다.

VR을 활용한 제주투어 등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관광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루브르 박물관 등은 전시물을 해당 홈페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서비스 하고 있으며 구글 '헤리티지 서비스'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들을 3D 지도를 통해 볼 수 있다.

한편, 관광이 주된 수입원인 유럽 국가들이 6월부터 국경을 열고 있는 가운데 7, 8월 2차 팬데믹 여부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국경 개방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올해 10~11월이 되면 여행이 제한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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