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설날'이라 부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한민국 현대사 속 '설날' 명칭 변천사

1985년 2월 22일 제작된 대한뉴스 '민속의 날' 첫 장면. KTV 유튜브 캡쳐 1985년 2월 22일 제작된 대한뉴스 '민속의 날' 첫 장면. KTV 유튜브 캡쳐

'설날'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한자어로는 신일(愼日),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 단월(端月), 원일(元日) 등으로 쓰이며, 요즘은 양력 1월 1일을 '신정', 음력 1월 1일을 '설날' 또는 '구정'으로 구분해 부른다. 그런데 한 때 '설날'을 '설날'이라 부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음력 1월 1일이 아닌 양력 1월 1일을 설날로 칭하려는 움직임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될 때부터 있었다. 당시 조선총독부가 훈령을 통해 조선인들도 일본인들처럼 양력 1월 1일을 설날로 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음력설을 보내려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공포했다. 실제로도 일본은 음력설에 세배를 가거나 귀성을 하는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순사들을 통해서 감시 및 통제를 통한 단속에 나섰으며 일부에서는 오징어 먹물이나 검은 물로 된 물총을 발사하여 음력설을 쇠려는 조선인들의 명절 귀성이나 세배길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총독부는 해방될때까지 음력설을 명절로 하는 '설날'을 없애지 못했다.

해방 이후 정부수립 초기에도 신정만 공휴일로 지정하고 '설날'은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량에 따라 공휴일로 지정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 때에는 신정만 인정했을 뿐 설날은 공휴일 지정을 따로 하지 않았다. 그러다 1985년 설날을 '민속의 날'이라 부르며 하루를 쉬는 공휴일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설날'이 '민속의 날'로 불리기 시작하자 국민들 사이에 또 다른 반발이 생겨났다. 특히 민속학계와 유림들은 "전통적인 음력 설 명절을 그것도 설이 아닌 민속의 날이니, 민속절이니하는 일시적인 공휴일로 어떻게 전통적인 음력 설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며 "이는 전통적인 음력설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민속의 날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음력설을 '설날'이라 부르고 3일 연휴로 지정하면서 지금의 설날 연휴가 자리잡히게 됐다. 지금의 설 연휴 풍경이 자리잡힌 건 30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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