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는 시간 싸움? 서두르다가 사고"…광주 건물붕괴 대구시 긴급 점검

대구 철거 허가 대상 143곳…인근 주민들 불안
가림막 설치에도 안전 장담 못해

대구 달서구의 한 철거공사 현장. 변선진 기자 대구 달서구의 한 철거공사 현장. 변선진 기자

"안전하게 철거하길 기도할 수밖에 없는데, 보행자나 운전자에게 철거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10일 오후 1시쯤 대구 달서구 한 공사현장. 철거 예정인 건물의 크기 만큼 가림막과 철제펜스가 설치돼 있고, 가설울타리가 세워져 있었다. 허술한 가림막 사이로 철거 예정인 건물이 그대로 보였다. 보행자 등에게 위험을 사전에 알릴 안내는 전혀 없었고, 요란한 공사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철거현장 옆 주택에 사는 박모(61) 씨는 "광주에서 철거예정인 건물이 붕괴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별 탈 없이 철거가 잘 진행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광주의 재개발지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대구에서 철거가 진행 중인 현장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10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철거가 허가된 곳은 모두 143곳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한 남구(48곳)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달서구(26곳)와 북구(22곳), 수성구(18곳), 중구(12곳), 서구(11곳), 달성군(6곳) 등의 순이었다. 현재 기준으로 ▷연면적 500㎡ ▷높이 12m 이상 ▷4개층 이상 등이 허가 대상이고, 나머지는 신고 대상이다.

이날 대구 남구의 한 철거현장 옆은 유동인구가 많은 인도였다. '작업반경 내 접근금지'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상당수는 이를 무시하고 지나다녔다. 전모(51) 씨는 "이곳은 철근이 격자로 아주 높게 세워져 있고 다른 철근들이 밑에서 받치는 구조인데, 하나라도 잘못되면 무너질까봐 이곳을 지날 때마다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남구의 또 다른 철거현장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석모(75) 씨는 "가게와 철거현장은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을 사이에 두고 있다"며 "철거 건물이 혹시나 옆으로 쓰러져 우리 가게를 덮치지는 않을지 늘 걱정이고 바람이 세차게 불 때면 더 불안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철거업계에 따르면 철거의 원칙은 '옥탑→슬래브→작은보→큰보→비내력벽→내력벽→기둥' 순이다. 구조가 약한 것부터 강한 것, 위에서 아래로 부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원칙을 어기고 마구잡이식으로 부수다가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 '해체공사계획서'를 통해 보행자 등을 보호하는 가림막, 가설울타리 등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붕괴의 경우 안전을 답보할 수 없고, 철거작업 중인 사실을 보행자, 운전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

철거업계 관계자는 "'하루라도 일찍 철거를 끝낼수록 돈이 남기 때문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붕괴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의 한 건축사는 "돌 하나가 떨어져도 보행자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시공사 측은 도의적으로라도 알려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는 14~18일 철거 허가 대상들에 대해 민간 전문가와 함께 긴급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조극래 대구가톨릭대 건축학과 교수는 "철거현장에서 건축사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지 등에 대한 감리를 해야 하는데, 보수가 적은 데 비해 사고가 발생하면 엄청난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에 이를 맡지 않으려고 한다"며 "감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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