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삶"…대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포스트 코로나19, 대구 부활 위한 3차 토론회
"코로나19가 삶의 패턴 바꿔…지방정부·언론·종교 새 거버넌스 고민 필요"

코로나19 이후 대구의 부활을 모색하는 3차 대토론회가 26일 오후 대구청년센터 혁신공간 '바람' 2층 상상홀(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402)에서 열렸다. 이남영 기자 lny0104@imaeil.com 코로나19 이후 대구의 부활을 모색하는 3차 대토론회가 26일 오후 대구청년센터 혁신공간 '바람' 2층 상상홀(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402)에서 열렸다. 이남영 기자 lny0104@imaeil.com

대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마나 달라졌을까.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19 사태를 되짚어보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이야기해보고자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

'위기의 대구, 재난에서의 부활을 위한 설계-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의 변화를 전망하다' 를 주제로 진행한 이번 행사의 마지막 3차 토론회가 26일 대구청년센터 혁신공간 '바람'에서 개최됐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혁신포럼, 대구경북연구원, 대구사회연구소 공동 주최 및 대구은행의 후원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재난대응 거버넌스체계 점검'을 주제로 대구시와 시민사회, 지역언론 등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인 대응방식을 짚어보고,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명적 전환과 글로벌, 국가적 거버넌스 ▷시민사회의 대응력과 정치와 행정의 리더십 점검 ▷언론의 재난 보도: 과제와 전망 ▷대구의 위기: 종교와 정치의 소통부재 등의 세부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임채원 경희대 교수,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남재일 경북대 교수, 정태식 경북대·대구대 교수 등이 발제를 맡았고, 김재훈 대구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해동 계명대 교수, 이소영 대구대 교수, 김진국 신경과전문의, 송호상 동양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임채원 경희대 교수 임채원 경희대 교수

◆코로나19가 삶의 패턴 바꿔…K-방역으로 세계의 거점될 수 있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임채원 경희대 교수는 전 세계적 위기가 된 코로나19 사태에 '예견적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초기에 위기를 감지하고, 질병관리본부가 중심이 돼서 진단키트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예견적 거버넌스'의 예라는 것이다.

임 교수는 "코로나19가 지금까지의 삶의 패턴을 바꾸고 있다. 문명의 전환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이 와중에 우리나라가 'K-방역'이라는 이름을 떨치며 상대적으로 대응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예견적 거버넌스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가 문명적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의 쇠퇴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거버넌스의 변화도 예측했다.

임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문명 전환기가 올 수 있다.지금까지 삶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며 "문명 전환기에는 여러 거점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형태의 '세계 정부'가 출현할 수 있다. 한국도 K-방역으로 새로운 이니셔티브 쥐고 거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나라의 위상 변화를 내다봤다.

토론자로 나선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거시적 차원에서 코로나19 등의 재난에 대비해 환경문제에 대한 제언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 환경오염 문제 등의 근본 원인은 같다고 본다. 지구환경 위기라는 관점에서 보고 전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관 정립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광현 경실련 사무처장 조광현 경실련 사무처장

◆민관거버넌스로 재난대응…행정 주도 한계

대구시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됐다. 특히 대구시라는 행정조직 내부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대응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한 사례로 신천지교회와 관련해 시설 강제폐쇄 등의 조처가 늦었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권영진 대구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개인적 감정을 드러낸 글을 게재하고, 이를 정례브리핑에서 낭독한 일을 들었다.

조광현 경실련 사무처장은 "개인기에 의존한 시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구MBC 보도에 대한 고소나 네티즌을 고발한 것도 권 시장과 공무원 사회 간의 공감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잡음이 나온 사례로 마스크 착용 행정명령에 따른 부작용도 언급됐다. 거의 모든 시민이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행정명령으로 대구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것은 물론 외부적으로 시민들의 방역의식이 부족하다는 오해까지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조 사무처장은 "이미 대부분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던 상황에 굳이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권고 정도라도 충분했는데 벌금을 부과하는 행정명령까지 하면서 대구시민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대내외적으로 심어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소영 대구대 교수는 코로나19같은 재난이 세계화 되어있고 다양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행정이 혼자서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여러 주체들이 같이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지방의 역할의 중요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고, 거버넌스의 개념 정립도 초기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맞은 것이다"면서 지방정부로서 대구시의 현실적 대응능력에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출범한 대구시의 민관거버넌스가 나아가야할 방향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민관 거버넌스는 단순 형식적 시스템만으로는 성공할 수없다. 시민사회가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지방정부와 대등한 거버넌스 주체가 될 수 있는 시민단체의 연대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재일 경북대 교수 남재일 경북대 교수

◆오보·선정성 줄이려면 윤리적 언론소비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에서의 언론 보도 행태와 언론이 지향해야할 방향도 제시됐다.

남재일 경북대 교수는 이번 사태에서 언론들이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는 자극적 표현 ▷확진자 및 소수자에 대한 혐오 조장 ▷속보경쟁으로 인한 부정확한 보도 ▷이념성향에 따른 편향성과 사실왜곡 등의 보도 행태를 보였음 지적하며 "특히 언론발(發)보다 유튜브, SNS 등 비언론발 정보가 많이 유통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남 교수는 감염병 재난보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규모 재난보도는 단순한 사건보도가 아니라 종합적 사회현상으로 접근해야한다. 감염병 재난의 혐오, 취약계층의 고통, 인권침해 등 2차적 사회문제에 대한 언론의 감시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코로나사태에서는 이런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국 시민이 바뀌어야 언론도 바뀐다는 결론을 냈다. 시민사회의 보도에 대한 윤리적 소비와 생산 관여로 상업성을 완화시키고, 정보 유통과정에서 가짜뉴스 등에 대한 적극적 감시를 해야 정론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인 제언으로 '언론사 협의체'를 통한 보도 행태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남 교수는 "언론사 협의체를 통해 현장 속보와 관련 편집방침을 공유해 불필요한 보도경쟁을 자제함으로써 오보와 선정성을 줄일 수 있다"며 "관건은 실천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토론자인 김진국 신경과 전문의는 코로나19 관련 보도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지적했다. 그는 "칼럼이나 사설을 통해 사실관계를 호도하거나 자극적이면서 혐오를 부추기는 사례들이 많았다"며 "질병관리본부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당대 최고의 전문가임에도 정치적 발언에 가까운 전문가 의견으로 사태를 증폭시켰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정태식 경북대 교수 정태식 경북대 교수

◆신천지교회, 장막 밖으로 나오게 정부·언론 노력해야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신천지교회에 대한 분석과 이들에 대한 지나친 대응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태식 경북대 교수(정치종교사회학 전공)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난 신천지의 비상식적 행위논리는 결국 이만희가 새로운 예수며, 죽지않는다는 독특한 사고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들은 주관에 함몰돼 객관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단적인 사태를 우려하는 실제 사례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행정력에 의한 강한 대응이 집단자살 등으로 이어진 미국의 종교들을 언급하며 "신천지교회가 상식적인 행위논리를 정립하려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기 성찰을 유도하는 시민사회로의 참여를 언론과 학회에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천지교회는 장막 안에 머물러있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 조화를 모색해야하고, 정부와 언론, 시민사회는 의혹과 비난의 시선만 보내지 말고 담론의 일원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이후 대구의 부활을 모색하는 3차 대토론회가 26일 오후 혁신공간 '바람' 2층 상상홀에서 열린 가운데, 김해동 계명대 교수(맨 왼쪽)가 종합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오른쪽부터 송호상 동양대 교수, 김진국 신경과 전문의, 이소영 대구대 교수, 김해동 계명대 교수. 이남영 기자 lny0104@imaeil.com 코로나19 이후 대구의 부활을 모색하는 3차 대토론회가 26일 오후 혁신공간 '바람' 2층 상상홀에서 열린 가운데, 김해동 계명대 교수(맨 왼쪽)가 종합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오른쪽부터 송호상 동양대 교수, 김진국 신경과 전문의, 이소영 대구대 교수, 김해동 계명대 교수. 이남영 기자 lny0104@imaeil.com

송호상 동양대 교수는 토론자로 나서 종교의 공공성 문제를 거론했다. 종교가 주관적 세계에 갇혀 사회적 현안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 교수는 "폐쇄적인 신흥종교들이 스스로 공공성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며 "나아가 보수적 신앙을 표방하고 있는 대구지역 개신교계 또한 공공성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재난대응 등의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영상취재: 한지현·이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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