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모르는 근로기준법…장애인지원사는 '슈퍼맨'?

매일신문 이주형 기자, 뇌병변 장애인 부부 활동지원사 일주일 체험기
난생 처음 해보는 성인 남성 기저귀 교체도…장애인, 활동지원사 "배려 아쉬워" 입 모아

김영진 kyjmaeil@imaeil.com 김영진 kyjmaeil@imaeil.com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한 사회복지서비스업의 특례업종 제외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던 한 장애인은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직접 일해보면서 적나라한 실상을 봐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본지 기자가 활동지원사 5명의 허락을 얻어 최근 1주일간 지원사 보조로 일하면서 체험한 제도적 문제점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탈 시설 자립 5년차 뇌병변 장애인 장반석(38·가명), 김사랑(25·가명) 씨 부부는 올해 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장애인활동지원사의 특례업종 재지정을 청원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이들을 도와주는 지원사의 업무시간이 하루 최대 8시간으로 줄어들고 의무적으로 휴식시간을 갖게 됐지만, 무용지물이라는 이유다. 팔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어 스마트폰 확인이 어려웠던 그와 7개월 만에 연락이 닿아 일주일간을 함께했다.

◆장애인 손발 되는 활동지원사

중증 장애인인 장 씨 부부는 월 480시간이 넘는 활동지원 바우처를 보건복지부와 대구시로부터 지급받고 있다. 지원사 5명이 번갈아가며 매일 2명씩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그의 집에 상주한다. 지원사들은 빨래, 청소, 식사 준비, 각종 생리현상 해소는 물론 외출, 인터넷 쇼핑까지 장애인 이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왔다.

지난 21일 오전 7시 30분쯤 장 씨 집을 찾았다. 지원사 선자(가명·53) 씨는 잠에서 깬 사랑 씨의 배변과 간단한 세안을 돕고 아침을 챙겼다.

기자는 점심으로 먹을 계란말이 재료를 준비한 뒤 말린 빨래를 갰다. 설거지, 간식 준비, 쓰레기 정리 등 쉴 새 없이 집안일을 하다 보니 벌써 점심때였다.

숟가락질을 할 수 없는 장 씨는 밥을 일일이 떠먹여야 한다. 지원사 정혜(가명·49) 씨는 "뜨거운 밥에 입천장이 데일 수 있으니 충분히 불어서 먹여줘야 한다"고 알려줬다.

장 씨는 배변 활동이 자유롭지 않아 지원사가 하루 2~3회 정도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 처음 해보는 성인 남성의 기저귀를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고무장갑을 끼고 그의 몸을 구석구석 닦은 뒤 기저귀를 교체할 때는 식은땀이 절로 났다.

장반석(가명) 씨가 대구 서구의 한 초등학교 장애인주차구역을 살피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학교 내 장애인편의시설 설치·관리를 감독하지만 움직임에 제약이 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업무 상당 부분을 도맡는다. 이주형 기자 장반석(가명) 씨가 대구 서구의 한 초등학교 장애인주차구역을 살피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학교 내 장애인편의시설 설치·관리를 감독하지만 움직임에 제약이 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업무 상당 부분을 도맡는다. 이주형 기자

◆외출 시엔 더욱 촉각 곤두세워

장 씨 부부는 주로 장보기, 병원 방문, 장애인 일자리사업 등에 참여하기 위해 바깥나들이를 한다. 이럴 때면 지원사는 더 바빠진다. 외부 돌발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일이 늘기 때문이다.

장 씨 부부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9월부터 서구 일대 초등학교에 설치된 장애인 편의시설을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강당 현관문이나 장애인 화장실 공간 크기를 줄자로 재야 하는데 장 씨가 몸을 움직일 수 없다 보니 지원사가 사실상 모든 업무를 대신해야 했다.

지원사는 학교 강당으로 들어와 편의시설을 조사하면서도 연방 창밖을 기웃거렸다. 혼자 남은 장 씨가 안전한 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혜 씨는 "이용자가 밖에 있을 때는 변수가 많아서 한눈 팔면 안 된다"며 "장애인 일자리지만 실제로 장애인이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장애인 부부가 출산해도 지원사가 애를 키워야 하는 현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애인들은 딱히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외출거리를 찾는 편이다. 온종일 집 안에만 있다 보면 따분한 것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

장반석(가명) 씨 부부가 지난달 22일 오후 5시쯤 방문한 대형마트에서 장난감을 구경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 만화영화를 즐기는 탓에 캐릭터 상품에도 관심이 많다. 이주형 기자 장반석(가명) 씨 부부가 지난달 22일 오후 5시쯤 방문한 대형마트에서 장난감을 구경하고 있다. 이들은 평소 만화영화를 즐기는 탓에 캐릭터 상품에도 관심이 많다. 이주형 기자

대형마트를 찾는 것은 이들 부부가 특히 즐기는 나들이다. 기자는 이들에게 시식용 꼬막을 집어 맛을 보이기도 하고, 선반 위 제품을 꺼내 가격비교를 도왔다.

아내 김사랑 씨는 일주일 전부터 가격 비교를 한 끝에 이날 마트에서 좌식의자를 구매했다. 관상어인 테트라를 구매할 때도 분홍색이 감도는 보랏빛을 찾느라 수십 마리 물고기를 꼼꼼히 살폈다. 하지만 김 씨는 기어이 마트에서 나와 다시 전통시장까지 찾아가 고기와 채소를 구매했다. 그는 "생활비가 한정적이다 보니 신선식품은 저렴한 전통시장에서 주로 구매한다"고 웃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업무를 체험하는 본지 이주형 기자가 뇌병변 장애인 장반석(가명) 씨가 물 마시는 것을 돕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장애인활동지원사 업무를 체험하는 본지 이주형 기자가 뇌병변 장애인 장반석(가명) 씨가 물 마시는 것을 돕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서로 관계 맺기 힘들어

지원사들은 이용자의 요청이 없을 때면 작은 방에서 대기한다. 온종일 신경을 곤두세웠던 탓인지 잠시 휴식을 취하는 좁은 방 안에는 묵직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도 잠시, 김 씨의 목소리가 들리자 선자 씨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

지원사들은 "몸보다 정신이 더 힘든 게 장애인 활동지원사 업무"라고 했다. 일상생활 전반에서 서로 부대끼다 보니 지나치게 예민한 이용자와 지원사가 갈등을 겪는 사례도 빈번하고, 무례한 지원사의 언행에 이용자가 상처받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전혀 없는 셈이다. 갈등이 발생하면 중계기관에서 지원사를 교체하는데, 자주 일자리를 옮겨다니면 "일을 못한다, 까다롭다"는 꼬리표가 붙어 기피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김 씨는 "시설 등지에서 억압받아온 상당수 장애인이 자립할 경우 매사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게다가 평생 몸이 아픈 사람들이다 보니 성격도 예민하고 까칠한 경우도 많다"며 "반대로 지원사들은 편한 것만 찾으려는 이들도 있어 서로 충돌하게 된다. 이해와 배려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업무를 체험하는 본지 이주형 기자가 장반석(가명) 씨의 외출 준비를 돕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장애인활동지원사 업무를 체험하는 본지 이주형 기자가 장반석(가명) 씨의 외출 준비를 돕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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