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목의 새론새평] 좌우에서 ‘제3지대’로 향하는 까닭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교수 최재목 교수

2월에서 3월로 들어섰다. 정치권의 흐름도 진보・보수라는 이분법적 분열에서 차츰 제3지대로 향한다. 2에서 3으로 분화되는 모양새가 요즘 말로 '신박하다'(놀랍고 새롭다). 일석이조, 일거양득, 일심이문처럼 1은 왜 반드시 2로 향하는가.

2는 '맞섬'(이분, 대립, 분열, 대치, 양극, 불화, 긴장)인 동시에 '마주함'(상대, 대비, 대칭, 동반, 반려, 균형, 화해, 안정)이다. 보통 2는 합일을 파탄 낸 분열・대립의 주범으로 간주된다. 둘이 평행선을 달리며 서로 만날 수 없는 상극으로서, '하나가 둘이 되는' 갈등이라는 부정적 방향에서 파악한 것이다. 한편 2는 1이라는 하나=전체의 잠재성・다양성을 의미 있게 처음으로 가시화한 것이라는 긍정적 의미도 있다. 분리된 둘이 화합・화해하는 상생으로서, '둘이 하나가 되는' 치유의 방향에서 이해하기도 한다. 이처럼 2는 우리 인간 정신의 이중성이다. 이념, 가치, 기호(嗜好)의 면에서 이쪽저쪽으로 갈라지거나 이곳저곳을 오가는 인간 내면의 진실을 말해 준다. 우리는 수시로 '둘이 하나가 되고, 하나가 둘이 되는' 경험을 한다.

둘은 선(線)으로서, 2차원에 머문다. 단조로운 편 가르기, 줄서기를 강요하는 이분법이다. 대개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선전・선동은 이쪽 아니면 저쪽에 서라는 무언의 권력적 강요이다. 최근 가덕도로 부산 민심을 잡으려는 노력도 그렇다. 과거에는 선거를 앞두고 고무신・막걸리를 돌렸다. 민심은 속고 속으면서도 표를 몰아 줬다. 여하튼 2는 너무 단조로운 게임을 만든다. 3이 되어야 비로소 이분법의 한계를 탈피할 수 있다. 2에서 3이 되면, 3각형처럼 3차원적 입체화를 이룰 수 있다. '3에서 만물이 생겨난다'(三生萬物)고 했듯 비로소 다양한 분화가 일어난다. 다양성은 생명의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이분법에 길들여진 영혼들은 자주 갈림길, 경계선에서 두리번거리며, 아찔한 정신적 경련을 경험하며, 실존적 자아를 형성해 가야 한다. 서양에는 '세 사람이 있으면 그 안에 반드시 바보 한 명이 끼어 있다'는 속담이 있으나 동양에서는 '셋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거울이 될 만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三人行必有我師)라고 했다. 진보/여, 보수/야의 둘이 아닌 또 다른 선택지를 호출하고픈 까닭이다.

마침 서울시장이나 대선 후보를 거론할 때 '제3지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반가운 일이다. 특정 이념과 당파에 빙의된 자아를 넘어서서, 국민들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다'는 말을 여전히 믿고 살아간다. 그러나 희망은 늘 우리를 속여 왔고, 거짓말을 해 댔다. 그렇다고 양식과 양심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면 더 나은 미래가 도래하리라는 믿음이 헛되다는 것은 아니다. 권력의 개떼, 도둑질을 너무 많이 목도해 왔기에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우리는 자꾸 현실 너머의 제3지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곳을 향할 지도자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에, 한두 마디 소망을 적어본다.

첫째, 기성 권력으로 쉽게 회귀하거나 야합하지 말라. 현실의 2분법에 지친 국민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3자의 마음'을 찾고 있다. 좌우 양변을 떠나되 어정쩡한 추상적 '중도'(中道)라는 관념은 걷어차야 한다(離邊而非中). 오로지 국민의 여망 편에 서는 것이 중(中)이어야 한다. 기성 권력에 빌붙지 말고 국민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는 일심(一心)의 정치를 고민했으면 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정치는 늘 대립과 갈등으로 요동쳐 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 대립・갈등의 역동성 위에 빅 텐트를 치고서 그 힘을 긍정적 추진력으로 삼아 화합을 이끌어내는 화쟁(和諍)의 정치 기법을 익혔으면 한다. 칼 손잡이를 잡은 손이 결국 칼날을 쥐고 피를 흘려 온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모든 부도덕한 것은 일찍 끝났고(不道早已), 해도 달도 차면 기울었다(日月盈昃). 제3지대로 가는 길은 양식과 양심 있는 건강한 민심의 결집에 달려 있다. 문제는 평등, 공정, 정의의 실현이다.

고요한, 불안한 3월. 꽃 피우고 싶어 서성이는 대지 위의 환한 생명들처럼, 민심의 아린 고갱이는 자꾸 제3지대로 눈길을 돌린다. 자꾸 개판이 돼 가는 세상을 속 시원히 한판 뒤집어 달라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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