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김치, 이제는 세계인의 음식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입춘을 앞두고 강풍과 한파가 동시에 휘몰아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은 때아닌 김치 종주국 논란으로 뜨겁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김치 종주국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중국이라고 한다.

문제의 중심이 된 곳은 구독자 1천400여만 명을 둔 중국인 유튜브였다. 유튜브를 찾아들어가 보니 출연자가 밭에 나가 뜯어온 배추로 김치를 담갔다. 밀가루 풀을 쑤고 풀이 식기도 전에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을 하여 김치를 담근다. 그리고 일주일 후 돼지고기를 썰어 넣어 김치찌개를 만들고 해시태그에 'chinese food'라고 달아 놓았다.

이것을 본 젊은 한국인 유튜버가 김치는 한국이 종주국인데 왜 김치를 chinese food라고 하느냐고 한 것에서 논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두 젊은이가 인터넷상에서 벌인 논쟁에 두 나라의 언론이 반응을 하였고, 김치와 관계가 있는 관련 기관에서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나 보다.

김치는 중국에서 파오차이(泡菜)라고 부르는데 이 명칭이 논쟁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김치는 고유명사다. 중국에서도 김치를 김치라고 부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중국어 발음에는 '김'이라는 발음이 없다. 가장 근접한 발음을 찾아봐도 '진'아니면 '신'이다. 그렇다면 진치, 신치가 되어야 하는데 그 발음으로 김치를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에서는 한국의 김치를 표현할 말을 찾아야 하는데 그 발음은 없고 중국 쓰촨성에 파오차이라는 요리가 가장 유사한 것으로 보이니 한국파오차이라고 부르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김치는 배추를 절여 젓갈과 고춧가루, 새우젓 등을 무에 버무려 배추 사이사이에 속을 채우고 김칫독에 꾹꾹 눌러 담은 후 발효가 되면 먹는다. 반면 쓰촨파오차이는 산초, 계피, 팔각, 월계수 잎 등 향신료를 물에 넣고 끓여서 식힌 다음 소금, 파, 마늘, 양배추, 무, 당근, 셀러리를 썰어 넣고 고량주를 넣는다. 가장 빠르게는 일주일에서 보름 후부터 재료만 건져 먹고, 그 국물에 채소를 넣고 발효되면 또 재료만 건져서 먹는 음식이다. 우리의 김치가 김치국물까지 모두 먹는 반면 파오차이는 국물을 먹지 않는다. 김치와 파오차이는 이렇게 다르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므로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긴 겨울을 나기 위해서 김장을 담가 저장을 해야 했다. 고춧가루는 색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방부제 역할을 하고, 젓갈은 발효를 촉진시켜 맛난 맛을 낸다. 쓰촨파오차이를 만들어내는 쓰촨 지역은 중국 서남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땅이 움푹 들어간 분지를 이루고 있다. 여름은 무척 습하고 더우며 겨울은 속으로 배어드는 음습한 추위가 스민다. 따라서 여름은 더위를 식힐 음식으로, 겨울은 입맛을 돋울 수 있는 음식으로 파오차이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음식은 자연환경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먹기에 적합한 것으로 만들어지고 전파된다. 전파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음식문화와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융합되기도 하면서 또 다른 음식을 만들어내 정착되기도 한다. 간혹 어떤 두 나라가 정치적으로 긴장 상태가 되더라도 민간인들이 문화, 예술 방면의 교류를 통해서 두 나라 사이의 얼음을 녹이는 과정을 만들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꾸로 김치 논쟁이 정치적으로 번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식 세계화'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세계 각국 사람들이 한식에 대해, 혹은 김치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종주국의 개념은 '어디서 발원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발전시켜 나아가느냐'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전 세계에 김치를 어떻게 만들어 잘 팔 것인가, 각 방면으로 연구를 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는 뉴욕의 한복판에 김치는 한국 것이라고 쓸 것이 아니라 통 크게 김치는 세계인의 것이라고 써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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