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의 세계의 창] 법치주의, 그리고 다시 민주주의

이성환 계명대학 교수(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이성환(계명대문화 일본학전공 교수, 국경연구소 소장) 이성환(계명대문화 일본학전공 교수, 국경연구소 소장)

진(秦)나라는 중국의 첫 통일 왕조이며, 동아시아 최초의 황제국이다. 그러나 제국으로서의 진나라는 15년 만에 멸망했다. 여기에는 약 100년의 시차를 두고 법치를 통치 이념으로 삼은 걸출한 두 인물이 있다. 상앙(商?)과 이사(李斯)이다.

어릴 때부터 형명((刑名·법률)학에 재능을 보인 상앙은 왕 효공에게 엄격한 법으로 중앙집권제를 도입하고 군사력을 키울 것을 설파하여 등용되었다. 법 지상주의자인 그는 백성의 일거수일투족을 법으로 구속했다. 도둑이 줄고, 군율을 무서워한 병사들은 전쟁에서 용감했다. 진나라는 강성해지고 천하 통일의 바탕을 갖추게 된다. 그의 가혹한 법 집행은 많은 억울한 사람과 반대자를 만들었다. 효공이 죽자 그는 반대파에게 몰려 도망을 갔으나, 처벌을 두려워하여 아무도 그를 숨겨주지 않았다. 그는 사지가 찢기는 형벌을 받았고, 가족도 모두 죽임을 당했다.

이사는 순자의 제자로 법가(法家) 사상을 이어받았다. 영정(후에 진시황)에게 천하 제패의 계책으로 이간책(離間策)을 제시하고, 천하 통일을 도왔다. 진시황은 이사의 군현제를 받아들여 중앙집권제의 통일 국가를 완비했다. 이사는 도량형과 화폐를 통일하고, 혼란스러운 문자도 전서체로 획일화했다.

또 엄격한 법 집행으로 국가 기강을 세운다며 법가 사상에 반대되는 유학 관련 책들을 불사르고, 유생들을 생매장했다. 살벌한 분서갱유(焚書坑儒)이다. 급작스레 시 황제가 죽자 그는 권력 유지를 위해 황제의 유언을 위조한다. 엄격한 법 집행으로 생활이 피폐해진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아들이 반란군과 내통했다는 누명을 쓴 그는 허리가 잘리는 요참형(腰斬刑)을 받았고, 가족도 몰살당했다. 2년 후 진나라는 멸망했다. 백성들의 반란은 그의 가혹한 법 집행이 원인이었으며, 요참형은 그가 만든 것이다.

상앙과 이사는 법으로 진나라를 강성하게 만들고, 천하를 통일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만들고 집행한 법에 의해 결국 죽임을 당하고, 진나라도 단명했다. 이처럼 법으로 다스리면 한때는 강해질 수 있으나, 오래가지 못한다. 오래가지 않는 것은 강한 것이 아니다. 법치주의는 통치의 본질이 아니며, 문제 해결을 위한 만능 열쇠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나라 멸망 후 유학이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국가의 지배 이념이 된 것도 상앙과 이사에 대한 반동 때문이다.

법치주의에 대한 논란이 치열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와,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와 검찰이 그 중심에 있다. 국회를 통과한 권력 기관 개혁에 대한 입법,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 대해 야당과 검찰은 법치주의의 파괴라 하고, 여당과 법무부는 민주적 통제라 한다. 인민의 지배(rule by the people)를 뜻하는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를 뜻하는 법치주의는 양립 불가능할까. 상앙과 이사의 예처럼, 법치주의는 전제군주제나 독재체제에서도 가능하다. 야당이나 검찰이 말하는 법치주의는 이런 의미는 아닐 것이다.

법치주의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 국가권력 발동의 근거로서 기능과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 기능이다. 국가권력 발동으로서의 법치주의는 전체주의나 독재국가 등 모든 국가에서 작동할 수 있다. 국가권력을 제한, 통제하는 의미에서의 법치주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만 볼 수 있다. 후자가 우리가 추구하는 법치주의다. 다시 말하면 법치주의는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법치주의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권력기관에 대해 행하는 적법한 민주적 통제는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요소이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와 같다.

이념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은 법치주의가 아니고 민주정치이다. 민주정치의 본산인 국회가 고소, 고발을 통해 법으로 문제 해결을 꾀하는 것은 몰(沒)정치다.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와 검찰이 갈등 해결을 위해 또 다른 사법기관인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치를 살리고 모순을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살아남는다. 한국은 전쟁과 분단을 뚫고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기적'을 개척했다. 다시 한국 민주주의가 도전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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