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법이 아닌 정치로 풀어야 할 윤석열 문제

노동일 경희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자료 이미지 문재인 대통령(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자료 이미지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나는 검찰개혁론자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 한 기관이 독점하는 것은 과도한 권한 집중이다. 따라서 검찰 개혁의 방향 역시 명백하다. 정치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3권을 분립하듯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검찰의 제 자리를 찾아주자는 주장이기도 하다.

검찰은 본래 수사의 법률적 통제기관으로서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숱하게 많은 글과 말을 남겼으니 증거는 차고 넘친다. 현 정권이 이런 검찰 개혁의 정도(正道)를 걸었다면 지금 벌어지는 검찰발 난맥상은 없었을 것이다.

정권 초기부터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분리하고, 수사에 대한 법률적 통제는 강화하는 원칙으로 수사권 조정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권 역시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 패착의 시작이었다.

2017년 5월 19일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초임 검사장인 윤 지검장 임명을 위해 고검장급인 중앙지검장을 검사장급으로 낮추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누가 보아도 위인설관이었다. 청와대는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 유지를 원활히 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적폐 수사'가 윤 지검장의 임무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른바 사법 농단까지 수사하면서 윤 지검장은 박영수 특검부터 시작, 현 정권 탄생과 유지에 결정적 공헌을 해 온 셈이다.

2019년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한 것도,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라고…"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도 그런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멱살잡이를 바라보는 심정은 한마디로 '어리둥절'이다. 현 정권이 편법까지 동원하면서 총애하던 '우리 윤 총장'이 적폐 세력의 대명사로 등장한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조국 수사,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수사, 옵티머스 펀드 의혹 수사,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수사 등이 권력층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는 게 좋다. 윤석열 제거 작전은 법적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인 문제라고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당연히 정치적 책임을 당당히 진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아직도 이 문제를 검찰 개혁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문제를 푸는 방법도 아니다. 국민들 생각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일 4개 여론조사 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검찰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한 평가는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는 의견이 55%,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의견이 28%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이 법무부 차관 후임으로 월성 원전 수사 변호인을 선임하는 순간 이 문제는 추미애 대 윤석열의 차원을 벗어났다. 문 대통령 혹은 정권과 윤석열의 대립으로, 법률 문제가 아닌 정치 문제로 바뀐 것이다. 징계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윤 총장 측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이어 대통령과 검찰총장이 법정 다툼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를 지켜보아야 하는가. 우리 역사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 기록될 초유의 사태라는 말만으로 국민의 부끄러움을 다 표현할 수도 없다. 조국 수사가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한다면 그때 결단했어야 했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다는 말은 초점이 잘못됐다. 법률적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정무적 판단, 정치적 결단을 말하는 것이다.

윤 총장은 '인사권자의 신임'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인사권자의 불신임이 있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징계위 결정을 단순 확인하는 데 불과하다는 설명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해법은 단순하다. 지금이라도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문 대통령이 윤 총장 불신임 의사를 밝혀야 한다. 그 후의 정치적 후폭풍 역시 정치적으로 견뎌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윤석열 문제가 검찰 개혁이라는, 설명과 내용물이 다른 잘못된 포장지부터 벗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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