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지혜로운 사람

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대현스님 칠곡 동명 정암사 주지

사람의 인성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드러날 수 있다. 부지런히 일만 하면서 그 일의 결과를 보고 성취감을 느끼며 모든 일에 미리미리 준비를 잘해서 실수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 하든 일을 하지 않고 꾀만 피우고 잔머리를 써서 자기만 편하려는 사람이 있다. 후자는 천성이 게으른 사람이다. 어떤 것이든 하기 싫은 생각이 꽉 차 있고 내일의 설계가 필요 없으며 항상 모든 일을 미루려고 한다. 이런 사람은 그 일이 닥쳤을 때는 허겁지겁 몰두하지만 미비한 것이 많아진다. 미리 해 두면 걱정이 없을 것을 절대 하지 않는 습관이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일을 하면서도 즐겁고 기쁘게 하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노동이라 생각하지 않고 수행이라 생각하며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큰 힘과 희망을 주며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지식은 학교에서 배우고 익혀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지혜는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에서 바르게 고쳐 나가 자기의 성찰로 들어가야만 드러낼 수 있는 마음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혜는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지혜로운 사람의 예를 하나 들어보기로 한다. 옛날 강성했던 제나라가 차츰 내부의 결속이 무너지고 권력 다툼이 일어나 국력이 쇠약해져 갔다. 호시탐탐 국경을 노리던 주변 제후국들에는 다시 없는 좋은 기회였다. 위기를 직감한 제나라에서는 왜소한 안영을 재상으로 삼아 외교적 위기를 극복하려 했다. 안영이 초나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초왕은 작고 보잘것없는 풍채를 지닌 안영의 기를 꺾을 속셈으로 이렇게 말했다. "제나라에는 사람이 꽤나 없는 모양이구려. 자네 같은 사람을 보내는 것을 보면." 이에 안영은 무시당하는 것이 괴로웠지만 "전하 황공하옵니다. 저희 나라에서는 사신을 파견할 때 큰 인물은 큰 나라에 보내고 보잘것없는 저는 보잘것없는 나라에 보냅니다. 제 몰골이 마음에 안 드신다면 저의 책임이 아닙니다." 초왕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렇지만 사신이 왔으니 잔치를 열어야 되겠다 하는데 하필이면 그때 오랏줄로 꽁꽁 묶은 죄수를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무슨 죄를 지었느냐" 하고 물으니 "제나라 사람인데 도둑질을 하다가 잡혔습니다" 하는 것이다. 초왕은 "제나라 사람은 도둑질이 심한 모양입니다"라고 했더니 안영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귤나무는 회수 남쪽에서는 귤이 열리지만 회수 북쪽에서는 탱자가 열린다고 하더군요. 저 죄수도 제나라에 있을 때는 선량한 백성이었는데 회수를 건너 이 초나라에 온 뒤로 도둑놈이 되었습니다. 제나라와 초나라의 성정이 이렇듯 다름을 이제 알았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초왕은 대단히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러한 위기에도 용기 어린 말로 대응하는 안영에 감탄하면서 "제나라는 안영이가 있는 한 망하지는 않겠구나" 하면서 인정했다는 것이다.

똑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으며 나라와 목숨도 건질 수 있다. "생긴 모양이 돼지 같군요" 하는 것보다 "생긴 모습이 복과 덕이 많이 있어 보이네요"라고 하는 것이 상대방 마음의 문이 열리도록 하는 지혜다. 원효 스님의 '발심장'에는 "지혜가 있는 사람의 소행은 쌀을 쪄서 밥을 짓는 것과 같고 지혜가 없는 사람의 소행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초심'에 목우자 스님께서는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이루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만들며 지혜롭게 배우는 것은 보리를 이루고 어리석게 배우는 것은 생사를 이룬다"고 하였다. 한 사람의 어리석은 나쁜 행은 우리 사회에서도 여러 번 경험했다. 대구지하철 사건이나, 방화 사건 등등 똑같은 칼이라도 범죄인에게 가면 흉기가 되고 요리사에게 가면 좋은 요리가 나온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자기를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완독률이 좋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