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나도 임차인이다

가을 이사철 '전세 매물' 품귀현상으로 역대급 전세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1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과 만촌동 일대 아파트와 주택.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가을 이사철 '전세 매물' 품귀현상으로 역대급 전세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1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과 만촌동 일대 아파트와 주택.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장현우(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장현우(법무법인 두우 변호사)

과거 여행이나 출장 시 주로 자가용을 사용했다. 자차의 편리함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로 KTX나 SRT를 이용한다.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하다. 대도시에서는 지하철이 잘 연계돼 이용하기 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터널과 방음벽들과 기차의 빠른 속도로 인해 창문 밖 풍경을 눈에 담기도 어렵고, 가끔 어지럽기도 하다.

그러다 새마을, 무궁화 기차를 우연하게 이용하니 창문 밖 세상이 보였다. 풍경과 건물이, 산과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농가와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논과 밭이 보다 눈에 잘 들어왔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보였다. 스마트폰에 머무르던 눈이 들과 산을 바라보고 있었고, 단풍이 오고 있음을, 바람이 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 빚의 증가가 너무나 빠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의하면 2020년도 1분기 국가 빚이 4천685조원이라고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2.4배를 넘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증가하는 속도이다. 최근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라고 한다. 칠레 다음으로 2위라고 한다.

반대로 빛의 속도로 줄어드는 것이 전세(임대차)이다. 다른 사람의 집이나 방을 빌려 쓸 때 일정한 돈을 맡겼다가, 내놓을 때 다시 찾아가는 전세는 우리의 특유한 제도이다. 전세 제도의 기원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부산, 인천, 원산 등 항구가 개항하고 농촌 인구가 이동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집이 부족하게 되자,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일정한 돈을 맡기며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살았던 것에서 연유한다.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의 주택난을 반영해 전세 제도가 관습상, 법상 완전히 자리 잡게 됐다.

미래통합당에 '윤희숙 바람'이 불고 있다.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본회의 5분 연설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일약 '스타 초선'이 됐다. 인기몰이 요인으로는 전문성에 바탕을 둔 논리와 호소력이 꼽힌다. 잔뜩 예민해진 국민의 부동산 감수성도 한몫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에 '윤희숙 바람'이 불고 있다.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본회의 5분 연설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일약 '스타 초선'이 됐다. 인기몰이 요인으로는 전문성에 바탕을 둔 논리와 호소력이 꼽힌다. 잔뜩 예민해진 국민의 부동산 감수성도 한몫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에서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보기 위해 10명이 줄을 서고, 5명이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정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집주인이 면접을 보고 세입자를 결정한다고도 하고,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집을 팔았는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약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여 전세 난민이 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현재 대도시 전세난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뇌관은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청구권이 그 중심이다. 2+2년이라는 권리를 세입자에게 부여하고 이를 법이 강제하다 보니, 시장에서의 전세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 원인이다. 전세시장에 새로이 나오는 물량도 4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는 것을 고려해 집주인들이 가격을 대폭 올렸고, 그 결과 전세 가격의 상승을 촉발시켰다.

지난 7월 국회에서 '난 임차인'이라는 국회의원의 연설이 기억난다. 수천 가구가 사는 전국의 대단지 아파트에 전세 매물이 실종됐고, 심지어 전세 물건이 0인 곳도 있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 3법은, 속도가 더 중요하다'며 법안 통과를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그의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국회에서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지금 임차인들은 불안한 미래에 마음을 졸이며 산다.

경제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중 일자리와 소득을 주로 창출하는 곳은 기업이다. 소득이 늘어야 빚을 갚아 부채를 줄여 나갈 수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하는 의지를 키워야 한다. 기업의 성장은 가계소득 증가 및 정부 세수 증가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기업에서 일하는 경제 3주체인 가계의 '의식주'가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의' '식'은 어느 정도 해결됐으나 주거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너무 빠른 속도로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라는 목적이 있었겠지만 초조함에서 오는 급한 결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목적에 치우친 급한 결정의 피해는 주로 서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빠른 기차 안에서는 외부 풍경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목적지만 생각하게 된다. 여유 있게 천천히 갈 때 주위가 보이고, 이해하고 비로소 품게 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인 전세 제도가 낮은 이자율에서는 결국 소멸될 제도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와 법의 변화는 어지러울 정도로 너무나 빠르다. 나도 임차인이지만 나를 보호한다는 법이 믿음직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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