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때나 지금이나

이동군 군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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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2015년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 나오는 영화감독 함춘수의 시작은 '실수'다. 실수로 하루 일찍 내려간 그곳에서 화가 윤희정을 만난다. 실수로 만난 그들은 소주잔을 기울인다. 그리고 서로 다른 화두를 던진다. 그런데도 대화는 이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남자도 여자도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남자는 그냥 여자가 예쁘다. 그걸 아는 여자에게 공감은 사치다. 그래서 받아주는 '척'한다. 상식적이진 않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 남자의 실수를 '단순한 실수'로 볼 건가, 그게 아니면 '내밀한 의도'로 볼 것이냐는 틈새다. 공교로운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그 일'을 실수라고 했다. LH는 최근 역세권 복합단지 개발사업 예정지에 사는 주민들에게 '조성원가 이하로 이주자 택지를 공급하겠다'는 '공문'을 뒤집었다. 그러고는 '감정가 공급'을 통보했다. '지장물 조사'에 관한 주민 찬성이 이뤄진 뒤였다. 그러면서 이것을 '전임자의 실수'라 했다. LH의 '공적 결재 라인'은 그저 실수인 걸까. 공교로운 지점이다.

LH는 공공주택지구 사업에 편입된 중소업체의 부지를 두고 그때는 '조성원가 공급'을 공언했다. 그리고 지금은 '통상의 법 근거에 의한 감정가 지급 원칙'으로 노선 변경을 꾀한다. "조성원가로 협의양도택지를 공급하겠다"는 지역본부장발(發) 약속은 '공염불'이었던 걸까. 3년 만에 LH는 '협의양도택지'와 '협의양도인택지'를 구분 지었다. 이렇게 구획을 나눈 뒤 "사업자는 협의양도택지에 해당하므로 법적 사례는 미흡하지만 감정가로 공급하는 게 맞다"고 했다. 합리적 의심을 하자면 '애매하긴 해도 지금이 맞을 듯하니 그때는 틀린 셈 치자'는 게다. 보상 시점이 임박한 지금에 이르니, 이 또한 공교롭다.

LH는 LH 주관의 공청회를 반대하는 주민 의견을 '다수의 주민들이 공청회를 요구한다'는 공문으로 묵살했다. 그런데 LH가 말한 '다수의 주민들'은 하루 만에 주민 쪽 패널(전문가)을 섭외해 신변 제출하라는 공청회 절차를 '요식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LH가 말한 '다수의 주민들'은 모든 주민을 대표하는 패널과 더불어 공청회 재개최를 주장했다. LH가 기대한(?) '다수의 참여 주민'은 1천여 명 중 10명 내외. 그마저도 언론사 기자들과 항의 방문한 주민을 제외하면 실제 인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동상이몽일까. 공교롭기 그지없다.

LH는 뭣이 불안했던 걸까. 공공주택지구에 편입된 한 민간업체의 부지에서 '온천'이 발견됐다는데, LH는 관할 구청에 '개발(검사)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구청은 이에 발맞춰 '지하수법'과 '온천수법'을 따로 떼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온천수) 검사조차 막았다. LH와 구청에 지하수 굴착 중 온천이 발견된 것이기에 연계 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상식'은 없던 걸까. 공교롭게도 말이다.

LH가 원주민들에게 안긴 오욕의 시간을 되돌리자면 LH는 추상적일지언정 '변혁'해야 한다. 변혁하고자 한다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극약일까 우려되지만 '니힐리즘'도 때로는 (LH에) 명약일 수 있다. 공교롭지 않게 말이다.

이동군 군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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