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라스트 댄스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대구시청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시청 전경. 매일신문 DB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대구시는 억울한 게 많다. 코로나19로 그 고생을 하고도 자꾸 욕을 먹는다. 심지어 지난 민선 6기 때는 하는 게 없다는 소리도 들었다. 대구 혁신, 특히 산업의 구조를 바꾼다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데 말이다. 특히나 통합신공항은 칭찬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비난에 시달렸고 급기야 가당찮은 이유로 시장이 고발을 당하기까지 했다. 다 억울한 일들이었다. 굳이 말을 하자면 대구시가 이뤄낸 성과는 많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현대로보틱스, 롯데케미칼을 대구로 유치했다. 국채보상운동이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2·28민주운동은 국가지정기념일이 되었으며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도 선정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15년 동안이나 끌어온 신청사 문제를 해결했고 대구의 동서 균형발전을 위해 서대구역세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잘 알아주지 않는다. 대신 대구시의 잘못은 작은 것도 크게 다룬다. 긴급생계자금 부정수급 논란도 그렇다. 대구시가 마치 엄청난 죄라도 지은 것처럼 성토를 하지만 사실은 좀 억울하다. 3천900여 명의 부정수급자 중 대구시 공무원은 74명이었고 그중에서도 본인이 직접 신청한 경우는 5건이 전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푼의 돈이라도 시민에게 더 나눠주려는 충정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물론, 대구시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대구 시민은 괜찮을까? 애석하게도 시민의 입장에선 그런 노력들이 별로 와닿지 않는다. IT 기업들은 대구시가 예전보다 더 불공정하고 편파적이 되었다고 한다. 긴급생계자금 지원도 그렇다. 좋은 뜻에서 그랬다지만 왜 그렇게 매사에 시민과 공무원을 구분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그 혹독했던 '대구살이'를 치르고도 단지 동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생계자금을 못 받은 시민이 많았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남의 집에서 사는 것일 뿐, 건강보험, 가족관계 등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정부보다 대구시가 더 세심히 챙겨줄 거라 여겼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의 제기 신청도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한 방송이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어차피 기준이 바뀌면 그에 따라 또 못 받는 사람은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러면 시민이 억울해진다. 너희들의 사정이야 어떻든 우린 총합만 맞으면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에서 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러 갔더니 5부제가 해제되었는데도 해당 요일에 맞춰 다시 오라고 한다. 심지어 대기자가 한 명도 없는데 그런다. 재난지원금 선불카드 지급 방식도 개선한다고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현장에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시민은 자꾸 억울하다. 어떨 땐 대구에 살아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미 프로농구 NBA 1997-98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의 일이었다. 시카고 불스 구단은 시즌이 끝나면 필 잭슨 감독을 해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선수들에게도 팀 해체 수준의 리빌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제리 크라우스 단장은 필 잭슨이 82승 무패, 즉 시즌 전승을 달성한다고 해도 그를 자를 것이라고까지 했다. NBA 우승컵을 무려 다섯 번이나 가져온 감독과 선수들이었다. 팀 전체가 술렁거렸고 마이클 조던을 비롯한 선수들과 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그리고 며칠 뒤, 시즌이 시작되자 감독과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필 잭슨은 이번 시즌의 주제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핸드북을 나눠주었고, 그 표지엔 '라스트 댄스'(Last Dance)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해, 시카고 불스의 선수들은 구단이 아니라 팀을 위해, 자신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팬과 관중을 위해 뛰었다. 그들의 플레이는 현란하고 창의적이었으며 아름답고 격렬했다. 마치 춤을 추듯 그들의 농구에는 그들만의 리듬이 있었다. 그리고 필 잭슨 감독은 누가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시카고 불스는 여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시가 대규모 조직 개편과 인사 혁신을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시민을 위하는 마음과 용기가 그 기준이어야 한다. 우리가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지, 그런데 그게 왜 잘 안 되었는지 권영진 시장은 그 이유를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 대구 혁신이 제대로 되려면 그래야 한다. 민선 7기, 남은 날들이 '라스트 댄스'처럼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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