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from A to B

박천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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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새해를 맞이하며 하는 일반적인 행동은 어떤 것들을 정리하고, 올 한 해 좋은 일들이 생기기를 소망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즉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올 한 해를 계획한다. 이렇게 한 해를 계획할 수 있는 이유는 '작년'이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에도 이러한 기준이 되는 대상이 있는데, 작가가 작업을 할 때, 어떤 것을 보고 느꼈는지가 그 대상이 되어 작업에 투영된다. 그리고 이 작업은 '예술'이라는 매체로 우리 앞에 서게 된다. 이러한 작업들의 기준은 예술의 본질적 탐구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일련의 경험들로부터 비롯되기도 한다. 혹은 당시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기도 하며, 스스로를 비판하거나 의심하고, 심지어 아무 의미 없음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놓고 보니, 단어로만 '예술'이라고 포괄하지, 결국 제각각이다. 우리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해 못 할 것들 투성이로 가득 찬 이유가 이렇듯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있는 예술의 개념과 실제로 마주한 예술과의 간극이 너무 크다 보니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전시장의 난해한 작업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싶어한다. 그 작업이 예술적 가치가 어떠한지는 차치하더라도, 예술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들의 작업이 어디에서 출발하여 예술로 도달했는지 추적하여 들어간다면, 조금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

영천의 시안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from A to B'라는 전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찰하는 전시이다. 'From A to B'는 말 그대로 'A'지점에서 'B'지점으로의 이동을 뜻하지만, 전시에서는 장소에서 장소로의 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아닌 'A(대상)'가 작가를 통해 'B(예술)'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전시는 시안미술관의 전관에서 진행되는데, 1관에는 이우수, 백지훈 작가의 작업이, 3관에는 이소진, 심윤 작가의 작업이 있다. 1, 3관에서는 네 작가들의 완성된 작업들을 볼 수 있으며, 2관에서는 작가들의 작업적 원형이 어디에서 왔는지, 혹은 어디로 가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결국 2관을 통해 전시는 끝을 맺음과 동시에 'A'가 되고, 다시 관객에게 'B'로의 이동을 제안한다.

관객에게 'A(예술)'를 통해 'B(불특정 대상)'로의 사고적 이동을 제안하는 이유는 우리가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유도함에 있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의 이동은 그저 하루가 지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작년과 올해를 구분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가능성을 모색하려 한다. 전시를 관람하더라도 앞서 언급된 '난해함'에 대한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예술이 어떤 경로로 우리와 마주하는지, 그리고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각자 고민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박천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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