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대책 한 달…대구 9억 넘는 아파트 매매 12건뿐

고가 아파트 거래 뚝, "대출 막혀 자금확보 어렵고, 자금조달 증빙도 꺼려"…시장은 관망세

15일 대구 수성구의 한 부동산중개사 사무소에 아파트 등 매물이 게시돼 있다 . 최두성 기자 15일 대구 수성구의 한 부동산중개사 사무소에 아파트 등 매물이 게시돼 있다 . 최두성 기자
대구 아파트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아파트 전경. 매일신문DB

15일 낮 대구 수성구의 한 부동산중개사 사무소. 공인중개사에게 지난해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 된 이후 주변 아파트 매매 분위기가 어떤지 묻자 "거래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애써 추진하던 계약이 3건이나 취소됐다. 좀더 넓은 평형으로 옮기려던 한 의뢰인은 은행 대출이 막혀 모자라는 돈을 마련할 길이 없어 포기했고, 또 한 의뢰인은 자금조달 증빙서류 제출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손을 들었다. '소나기는 피하자', '나쁜 사례에 걸릴까' 하는 심리적 불안감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부동산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도 같은 이유로 불발된 거래 사례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부는 지난해 초고가 아파트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강도높은 규제를 가하는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을 줄이고, 15억 초과 아파트는 대축을 막아버렸다. 또 자금조달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해 편법·불법 증여의 진입도 어렵도록 만들었다.

◆뚝 끊긴 거래…한동안 관망세 유지 전망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 대구의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 급감이 불러온 한파를 맞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자료를 분석한 결과, 12·16 대책이 발표된 이후 이달 13일까지 대구의 아파트 거래 신고 건은 969건으로 대책 발표 전(2019년 11월 15~12월 15일) 한 달간의 신고건수(2천985건)에 비해 67.5%나 크게 줄었다.

거래 신고기한이 60일이어서 신고 건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거래 건수가 확 줄어들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해 정부 대책이 대구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기간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의 신고 건수는 78건에서 12건으로 큰 폭으로 줄었고, 대책 발표 이후 15억 초과 거래 신고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

◆대출 규제, 자금 증빙 위력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12·16대책이 불러온 지역 아파트의 거래 급감 원인을 큰 폭의 가격하락을 기대하는 매수 예정자와 시세를 고수하려는 매도 예정자간 '힘 겨루기',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로 인한 매수 예정자의 자금 확보 어려움을 꼽았다. 여기에 자금조달 증비서류 제출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매수 예정자들은 고가 아파트의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있지만, 매도 예정자들은 주변 시세를 고수하고 있어 매수-매도자간 '가격 미스매치'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성구의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2018년)9·13대책 발표 이후 6개월 이상 시장이 조용했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더는 버티지 못한 일부 매도자들이 1억원 이상 가격을 낮춰 급매물을 내놨다. 이번 경우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은 시장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성구 두산동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12·16대책 이후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매하는 갭 투자자들 사이에서 특히 관망세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 분양권에 많이 몰리지, 투자나 실거주 수요는 많이 조용하다"고 했다.

수성구 범어동 준신축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김모(45) 씨는 "12·16규제 이후 구매 문의가 줄면서 집 값도 보합세로 접어들었다'는 말을 공인중개사로부터 들었다"며 "여파가 가려지는 때를 기다려 예정보다 두 세달 더 늦게 집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10억원 대 아파트로 이사를 계획했던 이모(57) 씨는 "평형을 넓히다보니 금액이 모자라고 이사할 집 수리에도 적어도 한 달은 걸리지만 돈이 필요한데 은행 대출이 어려워져 난감하다"며 "친인척에게 잠시 돈을 빌리려했지만 돈의 출처 등을 제출해야하는 까닭에 다들 손사레를 친다"고 말했다.

◆'관망세' 이어지며 후속 대책에 촉각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당기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학기, 학군에 따른 이사 시즌이 지났고 정부가 집값 안정에 사활을 거는만큼 어떤 추가 대책이 나올지, 또 그로인한 시장의 변화 등을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를 통한 정부의 대책이 부동산시장을 다소 안정시킬 수는 있겠으나 이전에도 계속돼 왔던 정부의 규제에도 그 틈을 뚫고 활개를 친 부동산시장의 경험과 학습효과가 있어 규제의 약발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 대구의 분양 물량 및 청약 상황, 입주 물량 등이 시장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정부의 정시확대 방침에 따른 학군 특수 지역의 집값 변화 등은 향후 부동산시장을 읽는 요소"이라며 "무엇보다 낮은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유동자금의 선택지가 부동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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