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황제의 세계사

조지무쇼 엮음/김정환 옮김/생각의길 펴냄

람세스 2세 추정 거대 석상. 연합뉴스 람세스 2세 추정 거대 석상. 연합뉴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황제의 세계사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황제의 세계사

1976년 람세스 2세의 미라가 수복 작업을 위해 프랑스 파리로 운송될 때 이집트 정부는 미라가 화물이 아닌 여객으로 대우받도록 직업란에 '파라오'라고 적은 여권을 발급했고 프랑스도 대통령 의장대가 영접할 정도로 극진히 대접했다. 67년 동안 재위하며 피라미드 건축 등 위대한 업적을 남긴 파라오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였다.

함무라비 왕이 만든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절은 고대 오리엔트 세계의 잔인함을 상징하는 문구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위해를 입었을 경우 그 보복이 당사자를 넘어서 가족·부족 간의 문제로까지 번지지 않고 당사자들 사이에서 분쟁이 마무리되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당시로서는 합리적 조항이었다.

이 책에는 람세스 2세를 포함해 고대 바빌론 제1왕조부터 근대 제정 러시아를 아우르는 30인의 황제가 등장한다. 챕터는 각각의 황제로 구성돼 있으며, '옛 로마 제국의 영광을 바란 불면의 일벌레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싸우지 않고 기발하게 영토를 따먹은 헨리 2세' '지구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부동산 부자 쿠빌라이 칸' '인류 역사상 최고의 사무직 황제 펠리페 2세' '최고로 무능했던 최고의 교양인 니콜라이 2세' 등 그들의 업적이나 별명, 특징을 흥미진진하게 요약한 한 줄 문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칫하면 단조로울 수 있는 황제의 일생에 역대 왕과 왕조의 계보,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엮어 입체적으로 서술하며, 틈틈이 삽입돼 있는 그림과 지도, 도표가 독자의 이해를 도와주고 지루함을 덜어낸다. 황제들이 세상을 떠난 이후의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독자의 궁금증을 완벽하게 해소시켜 준다.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세상을 떠난 뒤 제국은 장기간의 전쟁 등으로 재정의 압박을 받았고, 1453년 오스만 제국에 멸망당한다. 그가 실시한 모든 시책이 당시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줬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비에 힘을 쏟았던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거쳐 현재 터키의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로서 번영했다."(114쪽)

"니콜라이 2세는 결코 폭군은 아니었지만 정치 개혁에 소극적이었고 정신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할 능력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구소련 시대에 니콜라이 2세는 전근대적인 구체제의 상징으로 간주되었지만 공산당 정권이 붕괴한 뒤 전통적 가치관의 복원과 함께 비운의 희생자로 동정받았다. 러시아 정교회는 2000년에 니콜라이 2세를 순교자로서 성인으로 올렸다."(350~351쪽)

이 책은 역사를 보는 시각을 '황제'로 좁혀 그들의 생애로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을 친근감 있게 짚어 본다. 기원전부터 시작해야 하는 세계사 공부에 아득함을 느끼는 사람, 시중에 나온 세계사 책들을 읽어 봐도 그 흐름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 교과서에서 본 적 있는 익숙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세계사를 재미있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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