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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고향 가 보니... 오래도록 ‘관리’했더라

이재명 생가 터
이재명 생가 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올랐습니다. 이 지사의 고향인 경북 안동은 매일신문 경북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매일신문은 13일 이 지사의 고향을 직접 찾았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지통마에서 태어났습니다. 지통마는 마을 이름인데요, 한지를 뜨던 통을 지통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지통마는 경북 안동시와 영양군, 봉화군의 경계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생년월일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1963년~1964년쯤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의 어머니 고 구호명 씨는 어려운 시절 탓에 이 지사의 생일을 정확히 챙기지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학교에 등록할 때 생년월일이 필요해 그제서야 점쟁이를 찾아가 생일 날짜를 정했다고 합니다. 1964년 12월 22일이 공식적인 이 지사의 생년월일로 적혀있습니다.

마을에 도착해 이재명 지사를 기억하는 지역 주민을 몇 사람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초등학교를 다닌 동문도 만났습니다. 이 지사는 경북 안동시 예안면 삼계리에 위치한 월곡초등학교 삼계분교(옛 삼계국민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학교는 이 지사의 생가에서 약 6.4㎞나 떨어져 있습니다. 비가 오면 근처 냇가가 넘쳐 바지를 걷고 가기 일쑤였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경북의 민심이 민주당과 반대인 것과 달리 이재명 지사에 대한 미담을 쏟아냈습니다. 유독 내성적인 아이로 이 지사를 기억하는 지역민들은 "어릴 땐 그리도 조용하던 애가 정치하는 것 보면 쌓인 울분을 많이도 쌓아 놓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지사의 부친 고 이경희 씨는 경북 영양군 사람으로 대구 청구대학교를 중퇴하고 순경, 교사 등을 했다고 합니다. 이후 탄광관리자 등을 전전하다가 노름으로 전재산을 날리고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의 시장통에서 일하며 근근히 버티다 1986년 위암으로 숨졌다고 알려졌습니다.

노름으로 전재산을 탕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재명 지사의 아버지 성품을 좋게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역민 사이에서 그의 아버지 평판은 꽤 좋았습니다. 지통마 동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장이 서는 날이면 마을 이곳저곳을 돌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손수 챙겨다 사다 주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한 지역민은 "동네 사람 대신 요강까지 사다 줄 정도로 살뜰하게 동네를 챙기는 사람"이었다고 이 지사의 부친을 기억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사의 가족이 동네를 떠난 데에는 '큰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야반도주했다는 말도 세간에선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알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 지사가 지통마를 떠난 이유에 대해서 지역민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 "그냥 사정이 있었겠지. 나는 몰라"라고 했습니다. 특이했던 건 오래전 일이지만 동네 사람들은 "재명이 부친이 재명이 초등학교 졸업할 때쯤 '성남의 상대원 시장'으로 이사 갔다"고 말할 정도로 뚜렷하게 그의 족적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지역민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 이재명 지사의 할아버지 관련 재미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지사의 할아버지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이 지사의 모친이 1930년대 초반 생이니 할아버지는 1800년대 후반이나 1900년대 초반 생일 것이라는 짐작 정도죠.

이재명 지사의 고향 지역민이 기억하는 이 지사의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하얀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이 지사의 집은 지통마 마을에서도 가장 동쪽 끝자락에 위치했는데요, 거기서 말을 몰아 동쪽으로 산을 넘어 영양군에 있는 우시장을 가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주로 소를 사다가 되파는 업무를 했다고 합니다. 이 지사의 할아버지가 활동하던 시기는 일제 강점기 때인데 말을 타고 다닐 정도였다고 하니 이 지사의 어려웠다던 어린 시절은 할아버지 때랑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이재명 지사는 동네에서 약 3번을 이사했다고 합니다. 살았던 집만 총 4곳이라고 파악됐습니다. 다만 이사 이유에 대해서도 동네 주민들은 여전히 함구했습니다.

이재명 지사가 태어난 곳엔 현재 비닐하우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추 모종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자리는 무슨 연유에서였는지는 몰라도 이 지사의 누나 이재순 씨는 지난해 12월 1일 이 땅을 1천 400만 원에 샀다가 반 년 만인 지난 5월 15일에 1천 500만 원에 팔았습니다.

마을 사람에게서 나온 이재명 지사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미담뿐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사가 이 마을을 오랜 기간 돌봐온 까닭인데요, 지통마에는 이 지사의 조부모의 묘가 있다고 합니다. 해마다 한식이 되면 조용히 다녀간다고 전해졌습니다. 몇 해 전까지는 마을 사람들 선물도 가득 안고 왔는데 거물이 된 뒤에는 그저 조용히 성묘만 지내고 간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도 들렀다고 하네요.

성남시장 시절에는 이 지역 농산물을 성남에서 대신 팔아주기도 할 정도로 지역을 꼼꼼히 챙겼다고 합니다. 와룡농협 산지유통센터에서 특산물을 사 가거나 이 지사가 살던 상대원동 인근인 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광1동과의 자매결연을 맺도록 관리하기도 했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재명 지사에 향한 지역민의 '미담만 풀기'가 이해 되더군요.

이재명 지사의 생가 터에 가득 핀 코스모스
이재명 지사의 생가 터에 가득 핀 코스모스

이재명 지사의 생가 터에는 코스모스가 가득했습니다. 가을 길목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36도를 넘는 7월 여름 날씨에 활짝 폈더군요. 코스모스의 꽃말은 '조화(Harmony)'입니다. 이 지사가 민주당 경선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혈투를 잘 이겨내고 조화로운 세상 만들기에 성공할지 지켜봐야 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가 '분열'로 성공해 온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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