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7조 아닌 28조…졸속·억지 '묻지 마'식 가덕도 특별법

국회 속기록 살펴보니 곳곳 허점
입지 선정·절차 부당성 묵살…국토위 '비용추계' 조차 무시
"동네 정비도 이렇겐 안 한다"…조응천 與 국토위 간사도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 등이 24일 국회에서 이지후 상임대표로부터 가덕신공항특별법 통과 촉구 서한을 받은 뒤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 등이 24일 국회에서 이지후 상임대표로부터 가덕신공항특별법 통과 촉구 서한을 받은 뒤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속도전에 나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묻지마' 식으로 졸속 처리과정을 밟으면서 총체적 허점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의원들의 입은 물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가덕신공항 분석보고서'를 통해서도 억지 법안임이 적나라하게 확인된 것이다.

입지 선정의 부당성에다 공항 건설의 절차적 문제점과 국가 재정성 및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의 형평성을 훼손하는 내용의 초법적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두고두고 화근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위는 법안에 필수적으로 담아야 할 '비용추계'조차 무시했다. 사업의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이달 초 국토위 의원들에게 보낸 '국토부 가덕공항 보고'에 따르면 신공항 건설 소요 예산은 최대 28조6천억원에 달한다. 김해공항 기능을 통째로 옮겨 군 시설을 포함 '국제선+국내선'을 함께 건설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도 국토위는 12조8천억원(국제선만 이전 시)이 소요된다는 국토부의 추정치만 선택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애초 부산시 안은 7조5천600억원이었지만 국토부는 5조원 이상이 더 필요할 것으로 봤다. 면제의 재량권을 부여한 기획재정부 장관의 판단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국토위 전문위원이 '검토보고서'에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행정부의 의견을 조목조목 담았지만, 소위는 이를 무시했다.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추진 여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국토위는 '부칙'에 가덕도 신공항과 기능 및 역할을 조정하는 것으로 피해갔다.

또 "적법 절차 및 평등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존재한다"는 법무부 의견이나, 예타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기재부의 입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가 법안을 만들어놓으면 행정부가 따라가야 하는데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털어놨다.

매일신문이 24일 입수한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국토위 소위는 지난 17일 심사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이 같은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면서도 '짬짜미'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게 지금 신공항을 건설하는 법인지 신공항 건설을 기화로 근처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산업단지, 물류기반, 교통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전부 다 갖추겠다는 그런 법인지를 잘 모르겠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타 조사, 실시설계 특례 조항 등에 대한 논의 때도 조 의원은 "실시설계 나오기 전에 일단 공사부터 한다? 우리 동네에 있는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에 지역구를 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도 "과연 이래도 되나 싶다"며 "아무리 급해도 이런 졸속한 법이 나왔느냐. 우리 위신상의 문제"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대구경북 의원들의 반대 속에서도 국토위 전체회의 문턱을 가뿐하게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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