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접 전화까지…" 정세균 총리, 남원 공공의대 설립 강요했다?

총리가 국회 복지소위 위원에게 직접 전화 정황 드러나
반발하는 의원에 일부 민주당 의원 “왜 역정내, 전화도 못하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현황과 전망, 우리의 대응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6차 목요대화에 참석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현황과 전망, 우리의 대응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6차 목요대화에 참석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필두로 한 의사정원 확대정책에 반발해 전국적인 의료파업이 거센 가운데 과거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공의대의 남원설립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및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종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정 총리가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은 지난 2월 19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서다. 당시 회의에는 김광수 전 의원(전북 전주갑·무소속)의 제안으로 국공립공공의료전담 의과대학과 병원 설치·운영 등에 관한 법률법률안이 상정·논의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정 총리를 언급한 인물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입장을 피력했던 김승희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부터 정원 뿐 아니라 인력을 어떻게, 누가 가르칠 것이지 등 굉장히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을 정치권에서 공약을 이루기 위해 밀어넣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표결에 붙여진 안건은 찬성 6인, 반대 3인으로 이날 회의에 상정됐다. 이에 김 전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대학 하나를 설립하는 것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이 김 전 의원을 향해 '왜 역정을 내느냐'고 발언하자 김 전 의원은 거듭 토론중단을 요청하며 "얼마나 전화를 많이 받았는지 아느냐. 정세균 국무총리도 하더라. 그런 식으로 압력을 넣으면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남겼다.

또 "총리가 전화를 하던 대통령이 전화를 하던 압력을 안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 전화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전화를 받지 말라"는 등의 대응 발언에 김 전 의원은 "법안소위 위원한테 전화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본인들의 지역구가 거기였기 때문에 이번에 (안건에) 집어넣겠다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대학설립 문제는 설립 후 공공의료인력 배출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감염병 대응 및 예방의 시급성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것을 적극 피력했다. 아울러 교수인력을 비롯해 의료인력 간의 형평성과 균형, 지역배분 등 복잡한 이해관계와 계산이 필요한 사안으로 외압에 의한 졸속 처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한편 이 같은 정 총리의 외압 정황과 민주당 소속 위원들의 대응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리의 입법 관여 의혹을 거론하며 한 누리꾼은 "이게 정상적인 3권 분립 체제가 맞느냐.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의료파업 지지한다. '총리가 전화할 수 도 있지 왜 그러냐'는 식의 민주당 의원들 모두 적반하장이다. 제정신이냐"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는 1일 기자간담에서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멈춰달라는 촉구와 함께 "정부가 그동안 진정성을 갖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나 의사협회 뿐 아니라 병원장, 의과대학장 등과 아주 폭넓고 광범위하게 소통을 해왔음에도 아직 집단행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의체를 구성해서 지금 정부안보다 더 나은 안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게 정부의 지금 입장"이라면서도 '정부 정책 철회 및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전공의들의 요구를 받아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았다. 나아가 '정책방향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인식하는 문제점에 대해선 그냥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14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서편광장에서 대구·경북 의료인 및 지역 의대생들이 검은 우산을 쓴 채 공공의료 의사 증원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4일 오후 대구스타디움 서편광장에서 대구·경북 의료인 및 지역 의대생들이 검은 우산을 쓴 채 공공의료 의사 증원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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