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이건희 미술관, 어디에, 왜 건립하는가

대구 중구 인교동 상공에서 바라본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택 모습.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매일신문DB 연합뉴스 대구 중구 인교동 상공에서 바라본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고택 모습.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매일신문DB 연합뉴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별도 공간 검토를 지시하면서 지자체마다 '(가칭)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구시를 비롯해 부산시, 인천시, 세종시, 수원시, 진주시, 의령군 등이 그 나름의 근거를 내세우며 유치를 희망한다.

너도나도 나서지만 결정된 것은 없고, 유가족도 장소와 관련해 입장을 낸 바 없다. 정부도 아직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 혹은 미술계가 이건희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의견을 낼 때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이건희 미술관'을 왜 건립해야 하는지 먼저 묻고, 장소는 그다음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감정가 3조 원, 시가 10조 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감정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철학이 있다. 하나하나의 작품도 명작이지만 이건희 컬렉션 자체가 하나의 철학이고 명품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어디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더라도 의미는 클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미술관이 '왜 그 도시에 있어야 하는지' 답하지 못한다면 의미는 퇴색한다.

이건희 회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42년 1월 9일 경상북도 대구부(현 대구시 중구 인교동)에서 태어났다. 지금 세계 곳곳을 누비는 삼성의 출발지도 대구다. 대구에서 태어나 세계의 별이 된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대구에서 시작해 세계의 삼성이 된 삼성의 도전 정신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세계에 전파하자면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고향 타령을 하자는 게 아니다.

사업가 기질만으로는 삼성이라는 명품 기업을 키워낼 수 없다. 돈이 있다고 누구나 '이건희 컬렉션'을 완성할 수도 없다. 삼성과 이건희 컬렉션에는 철학, 혜안,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시대를 이끌어가는 철인의 소명 의식이 담겨 있다.

유가족이 이건희 컬렉션을 사회에 기증한 것은 대한민국을 향한 공헌인 동시에 우리에게 막중한 책임을 당부한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를 잘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건희 컬렉션의 철학과 오늘의 삼성을 만든 이건희 회장의 도전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널리 전파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복합적 요청을 실현하자면 '이건희 미술관'은 삼성의 출발지이자 이건희 회장의 고향인 대구에 건립해야 한다.

대구 '국립 이건희 미술관'은 기존 (삼성)제일모직 터에 설립한 삼성창조캠퍼스, 삼성이 지어 기증한 대구오페라하우스,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 이건희 회장 생가 등과 연결해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 또 각각의 거점들은 전 세계 미래 세대를 위한 생생한 교육 현장으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모든 스토리와 역할 수행은 대한민국의 자부심이자 자산이 된다.

대구는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태동지다.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면 대구미술관(근·현대미술), 대구간송미술관(한국전통미술)과 함께 집적효과를 내기에도 적합하다. 나아가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 정신에 이어 삼성과 이건희라는 또 하나의 철학이 숨 쉬는 역사·예술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대한민국 어느 도시라도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한다면 '세계적 명작'(이건희 컬렉션)을 보유한 도시로 유명해질 것이다. 하지만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면 '이건희 컬렉션'은 물론이고, '이건희 철학'과 '삼성 스토리'까지 세계인들에게 자랑하고 전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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