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불편한 고객과 인연이 되는 방법

옷가게 사장님은 푸념한다. 손님들이 옷을 만지고 헝클이고 간다. 무슨 글을 써야 고객이 사장의 마음을 이해할까? pixabay
옷가게 사장님은 푸념한다. 손님들이 옷을 만지고 헝클이고 간다. 무슨 글을 써야 고객이 사장의 마음을 이해할까? pixabay

"손님이 와서 옷만 만지고 가요"

옷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푸념이다. 헝클어진 옷을 정리하는 건 오로지 사장의 몫이다. 옷 가게 사장님과 고객은 그 일을 반복한다. 손님은 헝클이고 사장은 정리한다.

사실 위의 사연은 내가 출연하는 라디오 방송의 문자다. 청취자가 아이디어를 구하면 나는 즉석해서 아이디어를 선물한다. 어떻게 하면 기분 나쁘지 않게 손님을 설득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장의 고충을 진심 어리게 전달할 수 있을까? 글은 너무나 예민해서 토시 하나 차이로 고객을 내쫓기도 모으기도 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입니다. 우리는 손님과 인연이 되고 싶습니다. 만지지 말고 스치기만 해주세요'

내가 찾은 답은 이 문장이었다. 그리고 이 문구를 청취자에게 선물했다. 사실 여러 문장들이 떠올랐다. '눈으로만 봐주세요'라고 평이한 부탁을 할까? '정돈이 힘듭니다'라는 읍소를 해볼까 망설였다. 어느 카피라이터가 말했다. emotion(감정)이라는 단어에 motion(움직임)이 들어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그 말은 감정이 있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내가 청취자에게 선물한 문장은 '만지지 마세요!'라는 말과 같다. 하지만 다르다. '만지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표현은 부드럽다. 즉, 안에 들어 있는 선물은 같지만 그 포장지는 매우 다르다. 포장지에 따라 사람은 그 선물을 열어보고 싶기도 하고 버리고 싶기도 하다.

연필이 아니다. 칼이다. 그만큼 글의 힘은 무섭다. pixabay 제공
연필이 아니다. 칼이다. 그만큼 글의 힘은 무섭다. pixabay 제공

토시 하나 차이가 매우 큰 차이다. 특히 말과 글에서는 그렇다. 뉴욕의 어느 맹인의 사례를 소개한다. 맹인은 맨하탄의 거리에 앉아 구걸을 하던 중이었다. '맹인입니다. 저를 도와주세요'라는 팻말을 두고 말이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어느 카피라이터가 다가가 그의 문장을 바꿔주었다. 그랬더니 돈 통에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과연 그 카피라이터는 뭐라고 썼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아름다운 날입니다. 하지만 전 그것을 볼 수 없습니다.'

오늘도 거리에 나가면 수많은 카피라이팅과 조우한다. 어떤 사람은 읍소하고 어떤 사람은 주장한다. 하지만 진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감성을 말해보라. 사람의 지갑은 이성적으로 열리지 않는다. 감성적으로 열리는 것이 고객의 지갑이다. 즉, 지갑을 열려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불편한 고객과 인연이 되고 싶은가? 본인의 불편함을 감성적으로 표현해보라. 옷이 헝클여졌다고 원망하지 말고 옷깃이 스치는 인연이 되고 싶다고 말하라. 당신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지도록 말이다.

무슨 글을 써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까? 어린왕자는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pixabay
무슨 글을 써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까? 어린왕자는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pixabay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주)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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