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의 술과 인문학] 포도나무는 인생과 닮았다!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참혹한 현실은 우리를 좌절시키지만, 역풍을 이겨낸 사람들은 세월 속에서 강하다. 부족해야 지혜가 눈을 뜨고 마음이 진실해지듯이 진정한 결핍이 곧 삶의 원동력이다.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나무들이 더 깊숙이 뿌리를 내리면서 철분, 미네랄 등의 양분을 흡수해 풍부한 열매를 맺고 더 우수한 포도주를 만든다. 포도나무는 인생과 많이 닮았다.

오늘날 우리는 의학 기술 등의 발달로 100세 장수가 보편화 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100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는 매우 드문 편이지만, 포도나무는 최대 약 120년까지 자랄 수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식견이 넓어지고 이를 통해 젊은 사람보다는 더 지혜로운 결정과 행동을 하게 되듯이, 오래된 포도나무는 어린 포도나무보다 뿌리를 뻗을수록 다양한 토양층의 양분을 흡수함으로써 더 복합적인 포도주의 풍미를 제공한다.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로 포도품종, 떼루아, 양조기법을 들 수 있다. 이 중 와인의 기본적인 맛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포도품종이다. 유럽종 포도나무(비티스 비니페라: V.vinifera)는 세계 와인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장 경제성 있는 포도나무 수령에 대한 정의는 불분명하다.

품종에 따라서는 포도나무 수령이 너무 오래될 경우 충분한 정도의 포도를 생산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을 30년~40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관리한다. 보통 수요가 꾸준히 높은 유명한 와인산지의 포도나무는 80~100년이 되기 전에 포도밭에서 사라진다. 사람이 세 살쯤 되면 제대로 걷기 시작하는 것처럼 포도나무도 3년쯤 되면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에너지가 떨어지듯 포도나무가 20년 이상이 되면, 점차 작은 알갱이의 포도가 열리기 시작하며 생산량은 감소하지만, 포도 한 알갱이 알갱이의 당도가 더 높아져 보다 밀도감 있는 포도주를 생산할 수 있다. 오래된 포도나무(프랑스어: vieilles vignes, 독일어: alte Reben)는 포도주 라벨에 종종 표기되는데 보통은 라벨에 V.V 라고 표시되며, 이 와인은 고령의 포도나무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뜻이다.

인생이란, 정해진 시간 동안 많은 고난을 극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행운과 고난의 연속 드라마처럼 간절함과 희망을 향해 참고 인내하며 달려가는 마라톤과 같다. 정해진 규칙도 없고 목적지도 다르지만 저마다의 길에서 자신만의 경주를 하고 있다.

포도나무도 사람과 같다. 포도나무는 긴 모래땅에서 진흙땅까지, 비옥도가 낮은 토양에서 높은 토양까지 다양한 토양에 적응하여 자란다. 포도나무의 특성은 다른 나무보다도 그 가지가 가늘고 약하지만 자기 몸을 지탱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열매를 맺는다. 포도나무는 어떤 방향으로도 가지를 뻗을 수가 있으며, 포도주의 색깔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언제나 유동적이다. 1년, 2년 해가 더할수록 그 색채도 다채롭게 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지는 화이트 와인과 달리, 레드 와인은 산화되면 색이 점점 옅어진다. 매혹적인 색을 띠는 레드 와인은 흔치 않지만 생기발랄한 와인부터 모든 것을 품어주는 듯 부드럽고 우아하며, 복합적인 긴 여운을 남기는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인생도 나만의 색깔과 향기로 변화된 삶을 살아야 한다. 환경을 탓하지 말고 노력하다 보면 반전의 기회는 언제나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길이 존재하며, 세상은 상상 이상으로 넓고 그 위에는 얼마든지 많은 길이 만들어질 수 있다. 희망은 언제나 고통의 언덕 너머에서 기다리고, 현명한 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글 :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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