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시의 행정 편의 코로나 검사 명령, 주민 분노 살 만했다

전국 처음으로 포항시가 지난 2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6일 안에 '1가구당 1명 이상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주민 불만 폭발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최근 포항의 코로나 확산과 감염세가 심상치 않아 포항시가 앞선 방역을 위한 고육책으로 내놓았지만 준비 부족과 대처 미흡에 따른 비판이 쏟아진 때문이다. 18만 가구 20만 명 가까운 주민 검사를 명령한 첫날부터 검사 장비는 물론 시설과 인력 부족 등 숱한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일은 한마디로 의욕만 앞세운 채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은 포항시의 졸속 행정이 자초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포항시는 25일 행정명령 발표와 함께 이튿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강덕 시장의 옛 경력처럼 속전속결이었다. 포항시는 19곳 선별진료소 검체 채취로 일일 3만 명 검사가 가능해 6일 만에 끝낼 것으로 판단했다. 서류로 이뤄진 도상 계획인 만큼 충분히 그럴 것이라 분명 믿고 추진했을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포항시의 판단과는 전혀 달랐다. 첫날부터 500m 넘는 긴 줄서기에 거리두기마저 이뤄지지 않았고, 주민들은 빗속에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어떤 선별진료소는 미리 마련한 진단 장비 250명 분량이 떨어져 수백 명이 헛걸음을 했다. 특히 차량을 타고 진단검사를 받는 경우 2~3㎞ 장사진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오죽했으면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이번 조치를 '포항시의 보여주기' 행정이라면서 시정을 바라는 글까지 올렸겠는가.

뒤늦게 포항시는 27일 검사 기간 3일 연장과 29개 조(組)의 검사 인력을 더 늘리고 검사 장소를 25곳으로 확대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이미 첫날부터 빚어진 행정편의주의 발상에 따른 주민 불편은 어쩔 수 없게 됐다. 다만 남은 기간 동안 주민 불편을 덜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번 일은 포항시로서는 쓰라리겠지만 공직 사회에 만연된 책상물림의 편의 행정이란 비판을 더 이상 받지 않는 경계로 삼을 만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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