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바이든 취임 이후

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미국에서 12월부터 코비드-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의료인과 장기요양시설 거주자가 선두 접종 그룹이었고, 2차 그룹이 75세 이상 고령자와 일선 필수 근로자(긴급구조원, 교사, 대중교통 근로자, 식품점 직원)였다. 3차 그룹에 해당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주 금요일 접종 신청을 했다. 뉴욕 주정부의 보건국 홈페이지에 들어가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되는데 5분마다 시스템이 오작동되거나 다운되었다. 친구들로부터 그래도 계속해 보라는 말을 듣고 그날 오후 내내 온라인 신청에 매달렸으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청자가 많아져 더욱 힘들 것이 예상돼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다시 컴퓨터를 켜고 수차례 에러 메시지를 받은 끝에 마침내 신청에 성공했다.

공화당이 행정부를 장악한 플로리다, 웨스트 버지니아, 텍사스 등은 백신 접종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코비드 규제도 최소한으로 하고 있지만 사망률이 높지 않다. 유독 민주당이 장악한 주들, 특히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과도한 코비드 규제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높고 백신 접종도 비효율적이다. 왜 그럴까?

민주당은 정부 우선주의다. 사회현상에서 억압과 부조리를 강조하고 희생자를 돕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따라서 경제, 환경, 의료, 문화에서 정부 규제가 강화된다. 규제를 담당하는 사람은 책상머리의 관료들이다. 백신 접종을 담당한 공무원들이 월마트비전(안과)센터 직원들처럼 열심으로 일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인센티브가 약하고 현장 경험도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효율이 발생한다.

반면 공화당은 민간 우선주의이다. 개인, 지역의 사정은 그들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는 것이다. 정부 개입은 필수적인 것에 한정하는 민간 주도 원칙이 공화당 주정부의 코비드 대응 성공에 기여했다고 본다. 경제도 '작은 정부'가 힘을 발휘한다. 세금이 과도하고 규제가 센 중서부, 캘리포니아, 북동부로부터 민간 주도의 남부로 인구 이동이 계속되는 것은 그곳이 살기가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는 민주당에 행정부, 하원 그리고 상원까지 넘겨주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민주당 일당 국가가 된 것이다. 민주주의가 과연 바람직한 정부를 선택하는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민주주의가 시작된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는 노예와 여성을 제외한 자유인만이 투표권을 가졌으며 이들은 성인 남성 인구의 30%에 지나지 않았다. 18세기 미국의 유권자는 국가와 운명을 함께한다는 이해당사자(stake holder) 원칙에 따라 토지 50에이커 상당의 재산을 가진 백인 남성에게 한정됐다. 이제 많은 나라에서 모든 성인이 선거권을 갖게 되어 민주주의가 확장되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최대 약점인 다수의 독재는 상존한다. 집권당의 정책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헌법으로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한다지만 한계가 있다.

다수의 독재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중세의 네덜란드는 연방국가로서 연방 내의 주민은 지역에 관계없이 국가를 택할 수 있었다. 취향에 따라 다른 국가를 선택하면 세법, 경찰, 소방 서비스가 이웃마다 서로 달랐다. 이 제도가 없어진 것이 애석하다.

바이든 신임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통합(unity)과 겸허(humility)를 내세웠다. 취임 바로 당일, 임기가 10개월 남은 노사관계이사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의 감사(general counsel)를 파면하였다. 대통령에게 해고권이 없는 소비자재정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의 국장도 잔여 임기가 2년여 남았음에도 해직을 받아냈다. 둘 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또 캐나다-미국 간의 키스톤 파이프 라인 설치의 허가를 취소했다. 이어 30여 개에 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뒤엎는 것으로 친노조, 친환경 등 좌파 지지자들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말로는 통합이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4년간 미국 정치의 좌우 대결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양당이 모두 2년 후의 중간선거 심판을 의식한다면 협상에 의한 상호 협조가 가능하다. 취임 첫 주의 바이든 행정부의 진행을 보면 전조가 불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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