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삶을 갓 시작한 아기를 살려주세요

여수 영아 살해사건의 충격… 더 이상의 비극 막자!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석 디지털 논설위원 김지석 디지털 논설위원

수년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중년의 홀아버지가 어린 남매와 어렵게 사는 사연을 본 기억이 난다. 아내가 없는 홀아버지는 새벽마다 인력시장에 나가 날품팔이를 해서 엄마가 없는 자식들을 돌본다. 여섯 살쯤 된 오빠와 네 살 정도의 여동생은 어린이집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채 긴긴 하루를 집 주위에서 보내다 저녁 무렵에 귀가하는 아빠를 기다린다. 그래도 홀아버지는 자식들에 대한 애틋한 애정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은 사회적, 경제적으로는 불안정하지만 그들에게는 절대적 존재인 아빠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한다.

힘겹고 어렵게 사는 가족이지만 이따금 아이들은 아빠를 따라 외식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은 풀 죽은 모습으로 지낼 때가 대부분이다. 선한 인상의 홀아버지는 애써 아이들에게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짓누르는 삶의 무게와 자식들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깃든 표정을 감출 수가 없다. 아이들도 엄마의 부재와 생활고에 휘감긴 공기 속에서 생기를 잃었다.

어느 추운 날 저녁, 홀아버지와 두 남매는 반찬 2~3가지의 너무 소박한 밥상 앞에서 함께 말없이 식사를 한다. 그때 귀엽고 예쁘지만 어두운 표정의 여자 아이가 조용히 숟가락을 드는 모습은 가슴을 아릿하게 했다. 지금까지도 가끔 생각이 나는 그 장면은 사랑스러운 아이가 어쩔 수 없는 가난이라는 힘든 현실 속에 있음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그 정지된 것 같은 화면은 이후에도 가끔 슬프게 떠오를 정도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되었다.

세상에 안타깝고 딱한 사연들이나 뉴스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아픈 경우는 어린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거나 부모 등 어른들에 의해 학대 당하는 뉴스를 접할 때다. 아동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때로는 학대 당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더할 수 없는 그 비극에 충격과 분노가 치밀게 된다.

최근 전남 여수에서 생후 2개월된 남자 아기가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숨진 시점은 2년여 전인 것으로 보이는데 아이 엄마인 40대 여성이 다른 자식들을 제대로 양육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이웃들의 신고를 받고 조사하다 뒤늦게 발견됐다. 이 여성은 미혼 상태로 아이를 낳았으며 첫째만 출생신고를 하고 둘째와 쌍둥이인 숨진 아기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오후 6시부터 일을 나가, 새벽 2~3시까지 아이들만 집에서 지냈다고 하는데 경찰은 아기가 어떻게 숨졌는지 수사 중이다.

영아를 방치하거나 학대하는 일, 때로는 끔찍하게도 살해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화장실에서 딸아이를 출산한 뒤 아이가 계속 우는데도 변기 속에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남녀가 구속됐다. 지난 9월에는 인천에서 엄마가 외출한 사이 10살과 8살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화재가 일어나 중화상을 입었고, 한달쯤 뒤 치료를 받던 동생이 숨졌다. 10월에는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생후 16개월된 아기를 입양한 뒤 방송 출연까지 하고도 이후 학대 끝에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검거됐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영아살해는 110건, 영아유기는 1천272건에 달했다. 한 해 평균 영아유기가 127건 발생하고, 영아살해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일어난 셈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리거나 살해까지 하는 인간성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경제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아이의 부모가 성장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트라우마 등의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동 학대와 살해는 일어나선 안될 범죄들이며 그 비극적인 사회 문제를 더는 손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지난 10월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16개월의 아기를 입양한 뒤 방송 출연까지 하고도 이후 학대 끝에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검거됐다. 이 여성이 숨지기 전 아동과 방송 출연했을 당시의 모습. 지난 10월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16개월의 아기를 입양한 뒤 방송 출연까지 하고도 이후 학대 끝에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검거됐다. 이 여성이 숨지기 전 아동과 방송 출연했을 당시의 모습.

더불어민주당의 백혜련 의원과 국민의힘의 조경태 의원 등이 영아 유기와 살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현행 형법은 영아 유기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300만 원 이하, 영아살해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영아도 소중한 생명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처벌이 너무 가볍다고 할 수 있다. 영아가 민법상으로는 완전한 권리주체로 인정되지만, 형법에서만큼은 생명의 무게가 다른 것처럼 다뤄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는 출생신고 시 친모 신상을 가리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보호출산제는 일종의 비밀출산제로, 친모가 가명을 이용해 출생신고 시 미혼모의 부담을 줄여 영아 유기를 막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미혼모 단체와 아동인권단체는 보호출산제가 아이가 성장해도 친부모를 알 수 없어 아이의 알권리를 침해하며 정부가 아이 양육을 포기해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아이를 유기하는 미혼모의 사례는 극히 일부이므로 보호출산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위기임신시 출산 지원 대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인 논의가 이처럼 활발해지는 것은 영아 유기와 영아 살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국회와 정부, 시민사회가 원인에 대해 세심하게 분석하고 현실적으로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삶을 갓 시작하는 소중한 생명이 망가지거나 사라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 사회 모두가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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